생각의 편린들

대통령은 세월호를 벌써 지웠나?

새 날 2014. 7. 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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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지난 2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와 진상 규명을 바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도보행진이 벌어졌고, 사회 각계에서 추모행사가 개최되며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도 우리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생뚱맞게도 대통령의 휴가 계획만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던 상황이다.

 

지난 5월 19일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국민들 앞에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굳게 약속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혹여 벌써 잊은 건 아닐까?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 정황이 읽힌다.  아니 잊혔다기보다 지워버리려 애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SBS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방한 중인 마스조에 요이치 일본 도쿄지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하였는데, 당시 복장이 문제였다.  위는 인터넷 기사 속 이미지이다.  일본 도쿄지사의 오른쪽 가슴에 부착된 노란색의 리본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반면, 대통령의 가슴엔 왠지 노란색 리본은 없는 듯싶고, 브로치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눈치였다.  설마 하며 나의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일본인도 패용한 리본을 우리 대통령이 하지 않았을 리가...   그래서 혹시 몰라 다른 각도의 이미지를 찾아 보았다.

 

ⓒSBS 뉴스화면 캡쳐

 

오호통재라..  브로치가 패용된 반대쪽, 그러니까 오른쪽 가슴엔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았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평소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겨오던 일본은 오히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예를 표해 오고 있는데, 반대로 우리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뉴시스

 

이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25일 오바마의 한국 방문 당시가 오버랩된다.  오바마는 검은색 정장으로 상대 국가의 재난 앞에 예를 갖췄으나 정작 우리 대통령은 하늘색 재킷을 입은 채 그를 맞아하여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며 세인들의 뭇매를 맞아야만 했다. 



대통령에겐 과거의 학습효과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눈치다.  이쯤되면 우리 대통령에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과 진상규명 등의 관심보다 오로지 패션의 완성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진정한 패션의 완성은 액세서리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노란리본 대신 브로치를?

 

 

대통령은 세월호 100일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날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오로지 경제 살리기에만 올인하는 모양새다.  더군다나 언론들 역시 현재의 경기 부진을 세월호에게 일제히 떠넘긴 채 이를 부양시키기 위해선 세월호를 빠른 시간 내 지워버려야 한다며 그러한 뉘앙스의 기사들로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때마침 터져준 유병언 씨의 사망과 그의 장남 유대균 씨의 체포 소식은 여타의 뉴스들을 집어삼키며 모든 이들의 관심을 한쪽 방향으로 급속도로 쏠리게 하고 있다.  블랙홀이 따로 없다.  세월호의 진실은 이들 부자의 기구한 운명에 묻혀 점점 멀어져가는 양상이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외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가 약속한 세월호 특별법은 여전히 불통에 가로막힌 채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은 멈출 줄을 모른다. 

 

대통령의 눈물에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았노라며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약속에 책임지는 자세 정도 만큼은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채 패션의 완성을 위해, 혹은 의도된 세월호 지우기의 행태 속에서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제자리를 지키기란 버거울 수밖에 없는 노릇일 테다.  

 

ⓒMBN

 

이번 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응답이 50%로 집계됐다.  갤럽조사를 통해서다.  박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50%를 넘은 건 취임 이래 처음이란다. 

 

국민 그리고 유족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세월호를 애써 지워버리려는 대통령에게 미래 따위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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