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요즘 유행하는 기사 형태, 여러분은 어떻던가요?

새 날 2014. 6. 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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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은 나도 한때 꿈꿔봤던 선망의 직종이다.  물론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를 꿈꾸고 있을 테다.  그때가 아마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훨씬 순진했던 난 기자라는 직업인들이 일단 멋지구레해 보였다.  왠지 샤프하면서도 엘리트적인 이미지가 그 어느 직업인보다 월등하다고 느껴졌던 터다.  물론 여전히 그리 생각하고 있다.

 

기자라면 왠지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제대로 파헤쳐 세상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하고, 더 나아가 펜대 하나로 올바른 사회변혁에 일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도 변하듯 꿈은 결국 현실을 좇기 마련이다.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이상은 비루한 나의 현실 앞에 맞닥뜨려지니 본전이 다 털리며 말 그대로 그저 한때의 꿈에 불과한 형국이 돼버렸다.  학년이 높아갈수록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히며 점차 멀어져가는 이상을 멀찌감치 서서 멀뚱히 바라봐야만 했다.  그랬다.

 

ⓒ미디어오늘

 

요즘 기자들의 이미지가 말이 아니다.  아마도 그들의 직업적 사명인 정론직필을 갈구하는 직업인들보다 마치 현실에 적절하게 타협한 일부 정치인들 마냥 돈이나 권력에 취한 채 그들과 비슷한 양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일 테다.  1839년 영국작가 에드워드 리턴이 쓴 '아르망 리슐리' 속에 등장하는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표현처럼 기자에겐 펜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손에 쥐어져 있어 이를 어떻게 휘두르느냐에 따라 '참 언론인'이 되기도 하거니와 최근 신조어로 혜성과 같이 등장한 '기레기'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 언론의 활성화와 함께 페이지뷰 경쟁에 사활을 건 일부 기자들이 그동안 어뷰징성 기사를 남발하여 왔고, 심지어 권력과 밀착하여 그들의 입맛에 맞는, 진실을 외면한 채 영혼 없는 기사를 양산해 왔던 터, 덕분에 그들에겐 새로운 직업인의 명칭이 붙여졌으니, 이른바 기자와 쓰레기가 조합된 '기레기'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사 제목에 '충격' '경악' 등의 낚시성 기사로 네티즌들을 홀려 줄창 욕을 먹어왔던 기자들이 근래엔 다른 형태의 기사로 또 다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사 말미에 아래와 같은 류의 형식을 붙이는 게 최근의 유행 아닌 유행이 된 모양이다.  모든 기사들이 이 형식을 좇고 있으니 말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혹은 누리꾼들)은 “...이래서 찬성한다, “....이래서 반대한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나의 트렌드인가 하는 생각에 머물다가도 하도 빈번하게 사용되다 보니 어느덧 저런 형태의 기사를 보면 짜증이 올라온다.  물론 한 사건에 대해 특정 방향으로의 치우침 없이 서로 양쪽 성향의 의견을 고루 넣어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라는 건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왠지 성의가 없어 보이는 건 나 뿐인 걸까?  발로 뛰어다녀야 할 기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보도자료 한 장과 인터넷에 널려있는 네티즌들의 의견 몇 개를 취합해 쓴, 땀에 젖지 않아 영혼이 깃들지 않은 기사 형식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런 류의 기사 형식이 최근 언론계의 표준이자 주류로 자리잡은 듯해 못내 씁쓸하게 와 닿는다. 

 

가뜩이나 '기레기'라며 혹평을 받고 있는 기자들이 계속해서 이런 형식의 성의 없는 기사를 남발하게 된다면 '기레기'에서 벗어날 길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 같다.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시는 분들께선 앞의 기사 형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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