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막장 드라마와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공통점

새 날 2014. 5. 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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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는 우리 대중문화에 있어 결코 빠질 수 없는 흥행 코드 중 하나다.  하지만 모두들 죽어라 욕을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른바 나쁜 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다.  왜일까?  왜 겉으론 오만 욕을 퍼부으며 손가락질까지 해대면서도 우린 그러한 막장 류에 빠져들고 있는 걸까?

 

ⓒ뉴시스

 

아마도 감춰진 내밀한 욕망을 배설하거나 쌓여진 욕구 불만의 해소 통로로 활용되어지는 측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종의 감정의 쓰레기통 말이다.  척하니즘에 매몰된 현대인들, 점잖은 척 자신만은 아닌 체 하며 겉으론 고상을 떨고 있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현실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거나 발가벗겨지고 싶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땐 완전히 돌아버리고 싶은 욕망 하나쯤은 꿈꾸어 보았을 테다. 

 

세월호 참사를 목도하며 이런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미치지 않은 채 살아간다는 건 일종의 허황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이다.  어쩌면 막장 드라마는 우리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으나 여러 이유로 못했던 일탈 욕구를 대리 충족시켜 주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막장 행태를 보며 그래도 자신이 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우월하다라는 자위가 가능하기에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게 되는, 마치 불량식품의 지독한 중독성처럼 중독되어가는 사회적 현상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한없이 이기적이고 부도덕하며 싹수까지 없는 데다가 자신의 욕망만을 위해 다른 이를 헐뜯거나 짓밟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드라마 속 인물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숨기거나 억지로 꾹꾹 눌러왔던 은밀한 욕구를 마음껏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막장 드라마엔 드라마 속 인물이 사악하면 할수록 되레 인기를 끄는 묘한 법칙마저 존재한다.

 

6.4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 일부 후보들은 벌써부터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랄 수 있는 지독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여전히 많은 후보들이 네거티브에 매달리고 있는 건 정치인들 뿐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정확히 그만큼의 깜냥에 해당한다는 방증일 테다.



아울러 네거티브가 좋지 않다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선거운동 방식을 선호하는 데엔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며 손가락질 하거나 욕을 하면서도 빠져들듯 이 역시 여전히 쏠쏠한 효과가 있음을 후보들이 이미 간파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네거티브로 인해 선거판이 점차 막장 드라마화되어가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 둘 사이엔 과연 어떤 관계가 존재하고 있을지 슬쩍 한 번 거들떠 보자. 

 

척하니즘이 지배적인 우리 사회에서 일반인들보다 많이 배우고 인격적으로 볼 때 흠잡을 데라곤 전혀 없을 것 같은 훌륭한 인품의 정치인들, 물론 이는 사람들마다의 가치관이 모두 틀리기에 절대 정답은 아닐 테다, 에게 있어 엉뚱하면서도 발칙한 사생활이 들춰지는 것만으로도 '그럼 그렇지'하며 일종의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하는 묘한 요소가 있다.  욕하면서도 막장 드라마를 즐겨찾듯 반듯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전혀 의외의 흠집은 보통 사람들에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통한 묵은 감정 해소의 통로가 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치적으로 이해관계를 힘께하는 집단 내에서라면 네거티브의 재료가 해당 집단에 대한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할 뿐 아니라 응집력을 더욱 높이는 효과마저 발휘한다.  네거티브 공격을 당하고 있는 정치인의 반대 진영에 소속된 집단에 소속감을 더욱 끈끈하게 해 준다는 의미다.

 

네거티브가 무서운 것은 '설마 그러겠어?'라며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조차 자꾸 반복되는 얘기를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를 믿게 되어 설사 진실이 아닌 내용마저도 마치 사실처럼 굳어져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네거티브가 전부 가짜였다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도 해당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쪽으로 한 꺼풀 덧씌워지는 착시효과를 불러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정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아님 말고'에 의한 나비효과이자 욕을 하면서도 막장 드라마에 빠져드는 현대인들의 단순 특성과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막장 드라마는 허구이며, 때로는 개인들에게 쌓여있던 묵은 감정의 쓰레기를 배출해 주는 주요 통로가 되어 주기에 반드시 해악만을 끼치지는 않지만,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어 정책은 뒷전이 되게 한 채 정치권 전체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어 가뜩이나 재미없는 정치 자체를 희화화하거나 퇴보시키는 악영향만 끼친다는 사실이 극명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결국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의해 선거 결과가 막장 드라마화되지 않게 하려면, 유권자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한 표 행사가 더욱 절실하다는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만큼은 네거티브를 이용해 선거판을 막장 드라마화하려는 이들을 확실하게 심판하여 다시는 비슷한 행태가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할 테다.  때문에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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