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월호를 선거에 이용 말라'는 주장이 황당한 이유

새 날 2014. 5. 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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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 말라"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5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읍소했다. 

 

나랏일을 하는 정치권이 지금 누구 탓을 하거나 누구를 욕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바구니에 표를 모으려는 그 속좁은 정치로는 나랏일을 말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반성과 참회의 기조 위에 표를 구하기 전에 용서를 구하는 선거를 하고 있다, 여당의 책임이 무거운 만큼 더 치열하게 참회하고 더 아프게 다짐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우리 당이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꼭 기회를 주십사 호소드린다. 호된 회초리를 주시되 꼭 투표해 달라.

 

새누리당의 대변인들 역시 구두 논평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앞서 주장한 대국민 담화의 진정성 문제와 청와대 비서진의 사퇴 요구에 대해 일축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의 대통령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이 사람 바꿔라, 저 사람 바꿔라 하는 야당의 자세를 참고 견디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 비서실장 한 명 쯤은 대통령 뜻대로 하도록 예우를 해주는 게 제1야당의 성숙함이다. - 박대출 선대위 대변인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은 다름 아닌 야권이다. 사고 수습과 대안마련은 뒷전으로 하고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세우는 데 온 힘을 집중하는 듯한 최근 행태는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 민현주 대변인

 

다른 부분은 고려 않은 채 오로지 이들의 발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닐 테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아주 몹쓸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게 누구이건 간에 반드시 천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할 테다.

 

오히려 여권이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세력도 아닌 새누리당이 이러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는 측면에서 왠지 믿음이 반감될 뿐 아니라 설득력이 크게 떨어져 보인다.  그렇다면 누가 진정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며, 새누리당의 주장에 과연 타당성이란 있는가를 지금부터 요목조목 한 번 따져보자. 

 

ⓒ경향신문 - 박 대통령 홍보 동영상

 

청와대는 지난 2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세월호,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홍보 동영상 하나를 올렸단다.  이 영상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직후인 지난 4월17일부터 5월19일 대국민 담화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의 깨알 같은 행보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난 4월 29일 합동분향소에서의 연출 조문 논란 장면과 유가족 위로 자리에서의 특별법 제정 요구 장면 등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부분은 삭제된 채였으며, 대국민 담화 당시 대통령이 눈물 흘리던 장면으로 끝을 맺고 있단다.  5분 가량의 전체 분량 중 대통령 눈물 부분에만 무려 2분 가까이가 할애되었다는..

 

하지만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시기적 부적절성과 그동안 정부 및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태와 관련, 일부 세월호 유족 및 야권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오며 논란이 일자 해당 동영상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이내 삭제됐다.

 

ⓒ뉴시스

 

어디 그 뿐이랴?  이번엔 새누리당이 대국민 담화 당시 대통령 눈물 동영상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라고 하여 물의를 빚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당 홍보국은 지난 22일 각 시도당에 보낸 공문을 통해 대통령 대국민 담화 편집 동영상을 후보자의 선거 운동에 활용하라고 지시했단다.  물론 이 동영상 역시 대통령의 눈물이 키 포인트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22일 이후 선거운동을 위해 거리로 일제히 쏟아져나온 새누리당 후보들은 흡사 새누리당 중앙당 지시에 따르기라도 하듯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어머님 아버님,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흘리시는 모습 보셨죠? 이제 우리가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할 차례입니다"라며 일제히 대통령 눈물을 선거운동의 주요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 말라는 주장이 어처구니없는 이유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새누리당의 25일 일성은 결국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얼토당토 않은 공허한 주장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  정작 사고 수습과 대안마련은 뒷전인 채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악용, 이를 애초부터 선거 승리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꼼수를 벌인 주체가 과연 누구일까?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점철된 대통령의 행태로 인해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가 오히려 대통령 눈물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적 슬픔을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이자 이번 6.4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적극적인 선거 개입 활동에 다름아닐 테다. 



대통령 지키기와 예우를 논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아울러 야권의 청와대 비서진 사퇴 주장 반박에 앞서, 먼저 세월호 참사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을 진작 스스로 물러나게 했어야 함이 옳지 않을까?  아울러 제1야당의 덕목이라 하면 총체적 부실과 무능함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대통령의 뜻대로만 두게 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온당한 책임을 철저히 캐물어야 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  국민적 슬픔 앞에서 이러한 주장 하나 온전히 못 펼친다면 어찌 야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모든 부당한 요소들이 결합된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이 그 근원이다.  이러한 국면에서조차 오로지 대통령의 눈물만이 안쓰럽고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나서고 있는 여권과 청와대 주변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국민들의 눈물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대상이있노라 스스로 인증하고 있는 셈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대통령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 여기는 군주정치적 사고가 온통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일 테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참회와 반성의 기조 위에서 표를 구하기 전 용서를 구한다는 선거가 고작 저열한 네거티브에 색깔 공세 그리고 대통령 눈물 마케팅이었나?  자신들은 정작 세월호 참사를 교묘한 방식을 통해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선거에 직접 활용해 오고 있으면서 야권과 국민들에겐 선거에 이용 말라며 윽박지르고 협박마저 서슴지 않고 있으니 이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후안무치도 이쯤되면 급이 다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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