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월호 참사'에 비친 다양한 형태의 군상들

새 날 2014. 4.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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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다.  이는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된 의미가 아닐 테다.  세월호 사태를 현지에서 수습하고 있을 정부 입장에서는 외려 더욱 사무치게 와 닿을 듯싶다.  사태가 벌어진 후 초동대처부터 지금까지 보여온 정부의 행보는 한 마디로 우왕좌왕에 오합지졸이 아닐 수 없다.  무수한 욕을 얻어 먹더라도,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있는 어린 생명들을 책임지지 못한 죗값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일 테다.

 

하지만 여전히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와중이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비난해 봐야 득이 될 게 별로 없을 듯싶다.  잘잘못은 어차피 사태 수습이 모두 이뤄진 뒤 따져도 충분할 테다.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한데 모아 빠른 수습을 도와주는 게 수순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 혼돈의 상황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술자리를 가졌다거나 마라톤에 참가했다는 정치인, 그리고 공무원들은 그나마 양반이다.  안전행정부 소속 모 국장은 진도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다가 피해자 가족들의 아픈 가슴에 대못질을 해, 결국 직위해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행사를 마치고 인증 사진을 찍는 행위는 공직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관행이다.  이분은 특별한 생각없이 관성에 따라 행동했을 뿐일 테니, 이분 하나만을 탓하기엔 우리 공직 사회의 관행이 너무 오래됐으며 익숙한 셈이 아닐 수 없다.

 

ⓒOSEN

 

앞서의 건들은 세월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하지만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의 "좌파 색출" 발언은 국가적 재난마저 이념 잣대로 활용,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아주 못된 행태에 해당한다.  그동안 새누리당 등 여권 일각에서 '종북' 프레임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것처럼 세월호에게도 색깔론을 덧씌우려는 시도다.

 

가뜩이나 협잡꾼들이 득시글거리는 상황에서 한 최고위원의 발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참사마저 굳이 이념논쟁화하려는 시도를 보니, 새누리당 사람들이 단단히 정치병에 사로잡혀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때문에 그동안 저들이 이를 통해 얼마나 짭짤한 이득을 봐왔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일베'의 활약은 이번에도 빠뜨리면 섭섭할 테다.  물론 그들 중 일부에 해당되겠지만, '유족충'이란 용어를 사용해가며 피해자 가족들을 조롱하고 나섰다.  그들의 망동이야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니 더 이상 언급하기엔 내 입만 아플 테다.  그렇더라도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표현의 자유, 물론 좋다.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자유'를 차용해 내뱉은 표현에 대해선 스스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이 이 건에 대해 수사에 나섰단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6.4 지방선거 연기론의 군불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왜 나왔을까?  너무 뻔하다.  세월호 참사가 자칫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심판론으로 변질될 것이 두려운 거다.  재난에 대처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은 분명 맞지만, 그렇다고 하여 선거 일정까지 변경한다는 것은 결국 이번 참사마저 자신들의 정치적 잇속에 따라 이용하겠다는 속내 그 이상도 이하도 절대 아닐 테다.  겉으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숙연한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이렇듯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 잘난 우리네 정치인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여러모로 볼 때 일그러진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세월호 안에는 모든 사회적 부조리와 불합리, 몰상식함이 응축되어 있다.  이를 인양하여 물리적으로 깨끗하게 수습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은 당분간 닦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작금의 혼란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이번 참사의 수습 장면을 차분히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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