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지구를 구원한 아름다운 이 하나의 곡선

새 날 2013. 3.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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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구와 인류를 구원한 인물이라 감히 평가할 만한 한 분이 있습니다. 슈퍼맨 아니냐구요? 아니면 배트맨? 그도 아니면 아이언맨? 물론 아쉽게도 영화 속에서 그려진 가상의 슈퍼 영웅들 얘기는 아닙니다.

그는 바로 50년동안이나 매일 산에 오르며 대기를 관측, 이를 기록하여 하마터면 파국으로 치달을 뻔한 지구와 인류를 구원한 사람입니다. 그의 직업은 과학자입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처럼 화려하며 이목을 끌 만한 그럴 듯한 연구를 해온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엔 보잘 것 없으며 초라하기까지 해 보이는 단순한 연구 기록이지만, 한 사람의 단순하며 우직한 기록이 결국 역사가 되고, 나아가 인류를 구하는, 귀중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직접 증명해 보인 겁니다.

 

 

화학이 전공인 킬링박사(Charles David Keeling)는 1957년 어느날 해발 3397미터인 하와이의 마우나로아(Mauna Loa)산에 오릅니다. 인류의 영향이 덜 미쳐 그나마 깨끗한 대기를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한 그, 이곳에 대기관측소를 만들어 1958년부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대기 변화, 그중에서도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측정하여 기록해 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기록은 그가 2005년 심장마비로 인해 77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계속 이어져 왔으며, 현재는 그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부자가 60년 가꺼이 관측하여 기록한 데이터들을 그래프로 옮겨놓은 것이 바로 킬링곡선(Keeling Curve)입니다. 우린 이 그래프를 통해 최근까지 대기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이한 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매년 5ppm 범위 내에서 주기적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식물의 호흡 및 광합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봄과 여름에는 식물의 광합성이 가장 왕성한 때입니다. 때문에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감소하며, 반대로 가을과 겨울에는 식물의 호흡과 낙엽의 부패 등으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래프에서는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방출이 평형을 이루는 매년 5월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감소하다가 10월에 최소치로 접근한 후 다시 증가하는 패턴을 보여주게 되는 겁니다.


보잘 것 없어 보였던 이들 부자의 끊임없는 노력이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 건 지난 2007년의 일입니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4차 보고서에서 현재와 같은 기후 변화의 증거로 이 킬링곡선이 제시되었고, 이로 인해 급격한 기후 변화의 원인이 인류의 산업화 이후 배출해 온 온실가스라는 그간의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입니다.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물론 다른 과학적 견해를 보이는 의견들도 다수 존재합니다만, 어찌되었든 그가 산업화와 이산화탄소량 중가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밝혀낸 건 분명한 일인 것이고, 현재의 탄소량 배출 억제 정책들이 반드시 기후 변화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 석유에 의존한 현재의 산업구조 붕괴를 막자는 취지도 함께하는 것이기에, 킬링박사의 연구 결과에 큰 의미가 부여되는 것입니다.

 

 

한편,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얘기인데요. 인류의 발명품 중 가장 친환경적인 물건이라 칭송 받고 있는 자전거에 대해 최근 엉뚱한 발언을 하여 구설수에 오른 인물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미국 워싱턴주 공화당 의원인 에드 오커트라는 분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보다 환경오염을 더 일으킨다고 주장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자전거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하고, 이는 호흡량을 증가시켜 결국 얌전히 앉아 자동차를 운전하는 이들에 비해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혹여 자동차를 포기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탄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현재 자동차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보다 많을 수 있을까요?

정답은 본인 스스로 답했더군요. 이 발언으로 논란이 야기되자 자신의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며 사과하여 결국 하나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해프닝과는 별개로 자전거라는 물건,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어떤 이는 평생을 이산화탄소에 바쳐 일해, 인류에게 경각심과 함께 지구 구원의 길을 제시하고, 또 다른 이는 엉뚱한 소리로 인해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 주기도 하는군요. 킬링박사의 지난하면서도 단순한 노력이 지구의 환경과 대기를 깨끗하게 하고, 먼훗날 진정 지구와 인류를 구원한 인물이었노라 평가 받을 날 곧 오지 싶습니다.

때문에 이 단순한 킬링곡선 하나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겁니다.

관련 "자전거가 환경오염의 주범?" 세금 매기자던 美정치인 망신 / 위키피디아 Keeling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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