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애증의 윈도 태블릿, 델 베뉴 8 프로

새 날 2014. 4. 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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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를 통해 아주 살짝 경험해 보았던 윈도 태블릿, 그 애매모호한 활용성 덕분에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 내 손을 떠난 지 한참 되었지만, 인텔 아톰 베이트레일 칩셋 기반의 '델 베뉴'라는 녀석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또 다시 연약한 나의 마음을 여지없이 흔들어 놓았다.

 

ⓒTechholic

 

이 아톰칩셋은 과거 넷북에 들어가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그래픽이나 CPU의 성능이 꽤나 좋아졌고, 더군다나 전기를 제대로 덜 먹어 풀 가동할 경우 7시간 가량 사용 가능하다는 평이 자자하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가격이 깡패라고, 지름신을 영접한 끝에 한 녀석을 기꺼이 맞이했다.  욘석은 정말 가벼웠다.  물론 액정 사이즈의 차이가 가장 크게 작용하겠지만, 어쨌든 서피스에 비하면 깃털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난 이 녀석으로 과연 무얼 해야 할까?

 

8인치라는 액정 크기는 단순히 웹서핑의 용도 그 이상을 바라기엔 무리일 듯싶다.  그나마 10인치의 서피스는 양반인 셈이었다.  미니5핀 단자가 하나 있어 OTG케이블을 통해 USB를 활용할 수 있고, 충전도 이 단자를 통해 이뤄진다.  그냥 집에 돌아다니는 핸드폰 충전기 중 아무 거나 연결하여 충전 가능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미니5핀 케이블이 길면 얼마나 길겠는가?  전원 콘센트가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전원을 연결해 사용하는 일 따위 애초부터 접어두는 게 나을 듯하다.  결국 이 녀석은 무언가 진득하게 앉아 장시간 작업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휴대성을 감안하여 만들어진 놈이다.  물론 태블릿의 용도가 원래 그러한 목적으로 탄생하긴 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윈도인 걸?  이 기기엔 무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도 깔려있짆아.

 

그런데 제품을 받고 요것조것 만져보니 어찌 새로 갈아엎고 싶은 생각이 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내 것만의 기기로 탈바꿈시키고 싶은 욕망이 꿈틀꿈틀..   

 

바로 복구 모드로 들어가 윈도 리셋을 시도했다.  허나 베뉴 이 녀석, 한참을 지나도 진행상황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리셋을 취소했다가 다시 시도해 보려는 소박한(?) 마음으로 전원을 차단했다.  사단은 이때 벌어졌다.

 

내 소박한 꿈을 베뉴는 산산조각 짓밟아 놓았다.  리페어를 해야 한다며, 복구모드로 계속 안내하고 있지만,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사용해도 리페어에 실패하고 만다.  혹시 몰라 하드 드라이브 상태를 보니, 완전 깨끗했다.  싹 날아간 것이다.  헐...  이를 어쩌나.

 

ⓒBodnara

 

인터넷을 급히 뒤졌다.  베뉴 복구 방법을 검색하여 윈도 클린 설치라는 방법을 알게 됐고, 여러 능력자들이 올려놓은 글의 도움을 통해 간신히 클린 설치에 성공했다.  휴~ 십년 감수할 뻔했네..

 

보아 하니, 나 같은 사람들이 꽤나 많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전원 연결과 동시에 리셋을 할 수 없는 기기의 치명적인 확장성 때문에 충전이 가득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단일 듯싶다.  어차피 밖에 가져나가 사용할 일 거의 없는 내게 노트북과 같은 활용성을 이 녀석으로부터 바란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딱히 사용할 용처가 불명확한 녀석, 또 계륵으로 전락하고 말다니, 게다가 리셋하며 겪은 불안정성 때문에 녀석에 대한 오만 정내미가 다 떨어져 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또 방출이다.  지금 이 녀석은 내 손을 떠나 누군가의 손에 들려져 있을 듯싶다.

 

며칠전 기사를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9인치 이하의 태블릿엔 윈도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이거 듣던 중 정말 반가운 소리다.  그렇다면 OS의 가격 때문에 시장에 제대로 풀리지 못했던 진입장벽과 족쇄가 확 풀려버리는 셈 아니겠는가.  조만간 안드로이드 기기값에 필적할 만큼 저렴한 윈도 태블릿이 시장에 마구 쏟아질 것 같다.  그때나 다시 노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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