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분통 터지게 하는 금융당국의 우아한 거짓말

새 날 2014. 3. 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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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사 결과 2차 피해가 전혀 발생치 않았으며, 해당 개인정보가 담긴 USB를 모두 회수했고, 최초 유포자와 이를 구입한 1차 판매자 등을 모두 검거하였으니,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추가 피해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전혀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물론 그들의 말 따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듯싶다.  어떻게 '전혀'와 '절대'라는 용어까지 사용해가며 0%를 자신할 수 있는 건지, 당시엔 그 패기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우린 불안해 하지 말라는 정부의 주문이 외려 더욱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기만 했으니까..  왜일까? 

 

< 관련 포스팅 참조 : 불안해하지 말라는 금융당국.. 오히려 불안한 이유 >

 

ⓒ뉴시스

 

Ctl+C와 Ctl+V만을 통해 초등학생조차 단 몇 초면 간단하게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의 특성을, 정보 강국이라 늘 자랑해 마지 않던 대한민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애초부터 이를 간과한 채 국민들에게 허언만을 늘어놓았던 때문이다.  소가 웃을 일 아닌가?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민을 철저히, 그리고 끝까지 우롱한 셈이다.  때문에 최초 정보 유출의 진원지였던 카드사들의 원죄보다 오히려 이들의 행태가 더욱 괘씸하게 와 닿는다.  분통 터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카드사 정보 유출 대란 사태로 인해 들불처럼 번져가던 사나운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불과 단 몇 개월만에 들통나게 될 거짓말을 무척이나 우아한(?) 자세로, 국민들 앞에서 눈 하나 꿈짝 않고 한 셈이다.  여기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 해결하기보다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우리 공직자들의 일반적인 심리가 강하게 깔려있는 듯도 싶다.



개인정보 유출의 2차 피해가 확인된 이상 제3의 혹은 제4의, 아니 그 이상의 연쇄적인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돼버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민들에게 안심하라며 시간을 벌고 있는 사이 우리의 개인정보는 지금 이 시각에도 지하세계에서 잠재적인 범죄자들에 의해 헐값에 거래가 이뤄지며, 또 다른 범죄로의 악용을 위해 무수한 복제와 가공 절차가 이뤄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와 같은 상황을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생각일까?

 

뻔하지 않겠는가?  기껏 내놓는다는 게 바로 이런 방식이다.  '2차 유출 피해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카드사가 전액 보상하도록 할 방침이라는...'  어이 없다.  이것도 무슨 대책이랍시고 내놓는 건가 모르겠다.  자신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마치 선심 써가며 베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뉘앙스는 그들이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코앞에선 피해에 대해 바로 보상할 것처럼 생색을 내면서 정작 피해자에게 스스로 피해 입증을 하라고 할 게 뻔한 노릇 아니겠는가.  언제나 선제 예방 조치 없이 사후약방문을 일삼는 그들의 행태는,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부가 대책 마련을 한답시고 뭉그적거리고 있는 사이 비단 금융기관 뿐 아니라 기타 영역에서도 또 다른 형태의 개인정보들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봇물이 터졌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싶다.   IT강국이면 뭐하나.  순전히 허울뿐인 것을..  정보 유출로 인해 국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는데.. 

 

이렇게 된 이상 정부와 금융당국이 할 일은 보다 명확해졌다.  무언가를 감추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꼼수짓 따위 그만두고, 이제껏 밝혀진 정보 유출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려 일말의 피해 가능성조차도 국민들에게 이실직고하고, 금융당국과 기관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선제 조치들을 총동원, 국민들에게 발빠르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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