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삼일절 나들이

새 날 2014. 3. 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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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오후 인사동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뗄 때마다 제 의지에 의해 걷기 보다 주변사람들과 함께 휩쓸린 채 떠밀려 걷는다는 느낌이 외려 더욱 강하게 와닿을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은 떨궈놓은 채 동생 내외와 저희 부부끼리만 동행했습니다.  오전엔 친척분의 칠순 행사에 참석하고, 평소 이런 일이 아니면 시내에 함께 나오기도 쉽지 않은 터라 모처럼만의 데이트 기회를 잡은 셈이지요.

 

 

한 분은 열심히 기타로 반주하고 있고, 또 한 분은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하는 걸 보니 단순한 거리의 악사가 아닐 듯싶었습니다.  역시나 3.1절을 맞아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네요.  위안부 할머니 돕기 행사였습니다.

 

 

소망나무에 자신의 지장을 찍고, 그 위에 위안부 할머니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적으면 되는데요.  혹시 보이시나요?  제가 적은 메시지...  

 

 

바로 옆에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행사 안내 팜플렛과 함께 가슴에 찰 수 있는 뺏지(?) 한 개씩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이날 하루종일 이를 착용한 채 거리를 활보했답니다.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걷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들려오고 있었어요.  발걸음이 절로 멈춰지더군요.  거리의 악사분께서 홀로 연주를 하고 계셨는데,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너무나 맑고 청아하여 우리들을 한동안 이곳에 머무르게 하며 연주에 빠져들게 하고 말았답니다. 



취미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장만했던 기타에서 손을 놓은 지 어언 2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심적 여유가 없다는 의미일 텐데요.  이분을 보며 다시금 잡고 싶다는 생각이 저만치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긴 한데, 과연...

 

 

오전 뷔페식으로 배를 채운 탓에 몇 시간째 거리를 활보하며 돌아다녔건만, 쉽게 배가 꺼지지 않는군요.  촌놈 본색을 드러낸 셈입니다.  본전 뽑는다며 갖가지 음식들을 수 차례에 걸쳐 배에 우겨넣었으니, 어찌 멀쩡할까 싶긴 하네요.

 

그래도 그냥 헤어지긴 섭섭하고 하여 광장시장 쪽으로 방향을 돌려 육회로 유명하다는 가게를 부러 찾아 들어갔답니다.  평소 같았으면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웠을 법한데, 식욕이 전혀 동하지 않는 상황인지라 젓가락이 영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소주를 곁들이며 여차저차 다 먹긴 했는데, 주변에서 풍겨오는 고기 굽는 냄새가 역겹게만 느껴집니다.  참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이라더니, 배가 고플 땐 아마도 이 냄새에 끌려 한없이 식욕이 동했을 법한데 말이죠.  동생 내외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니 파김치가 되어 있었어요.  밤 9시가 되기도 전에 그냥 꿈나라로 고고씽..

 

 

덧, 아주 예전에 가끔 이용했던 골목 안쪽의 전통찻집 '옛찻집'이 없어졌더군요.  실내에서 새가 날아다니는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했었는데..  동생 내외와 함께 모처럼 차 한 잔 하려 했더니..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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