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의 어설픈 대응이 일본의 망동을 부른다

새 날 2014. 1. 3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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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망언과 정부의 대응

 

모미이 가쓰토 일본 NHK 신임회장이 25일 자신의 취임 기자회견 석상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에 빗대어 표현한 발언으로 인해 한일 양국에 커다란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에는 위안부가 있었으며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한국이 보상하라고 하지만 이미 일한조약으로 해결된 것이기에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극도로 자극적인 그의 발언이 우리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린 건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을 테고,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그의 사퇴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잇따른 최근의 망동에 대해 정부도 즉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공동생활시설 '나눔의 집'을 전격 방문,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그에 적절히 대처해 나가겠노라고 밝혔다.

 

ⓒ파이낸셜뉴스

 

아울러 현지시간으로 30일 개막된 세계 최대 만화 축제,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참석차 유럽을 방문 중인 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또한 그에 앞서 프랑스 상원의원을 만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 의회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으며,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와 벨기에에 소재한 유럽의회를 각각 들러 위안부 특별세션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망신 자초한 2014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행사

 

그러나 정부가 이번 2014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을 통한 위안부 피해 홍보를 위해 조윤선 장관까지 현지로 직접 급파, 참석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며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아마추어와도 같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정부 준비 행사들이 대거 취소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구체적인 행사로는 위안부 할머니를 만화제에 초청, 프랑스인들에게 위안부의 피해 실상을 직접 들려줄 예정이었고 위안부 애니메이션 상영 역시 계획됐었으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초청은 물론이거니와 애니메이션 상영마저 줄줄이 퇴짜를 맞으며, 결국 차 떼고 포 뗀 상태인, 만화 작품 전시 행사만을 남기게 된 것이다.  더불어 지난 29일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앙굴렘 만화제 위안부 기획전 소개 내외신 기자 설명회도 갑작스레 취소됐다.

 

일본은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의 최대 후원국이자 프랑스 만화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러한 결과는 일본의 입김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 역시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고 했는데 앙굴렘에서 만화 이외의 행사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위안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산하려면 주최 측을 어렵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밝혀 이번 행사의 최대 후원국인 일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압력이 있었음을 공식 시인한 셈이다.



나카노 참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성매매 비유 망언

 

그런 와중에 이번엔 일본 참의원인 나카노 마사시가 지난 29일 일본군 위안부를 성매매와 동급으로 여기는 듯한 망언을 퍼부어 또 다시 파문이 일고 있다.  우리 정부의 어정쩡하면서도 어설픈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본은 우리에게 연일 망언을 퍼붓고 있는 셈이다.  그야 말로 설상가상이다.   

 

 

30일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도 한국 여성 5만 명이 성 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100, 200달러에 '어서 데리고 가세요'라고 한다. 왜 일본이 전쟁 때의 일로 아직까지 원성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을 했단다.

 

한국과 중국에는 현재도 성매매 산업이 활황 중이며 그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거늘 유독 전쟁 당시로부터 수십 년이나 지난 일본군 위안부를 여전히 문제 삼고 있는 데에 따른 일종의 반론 제기로 보여진다.  결국 일본군 위안소를 성매매 업소와 동급으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NHK 회장과 참의원의 잇따른 망언은 위안부 동원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부인한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우익의 주장과 그 궤를 같이하며, 때문에 1993년 발표된 고노담화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노란 의지 표명의 한 패턴이라 읽히고 있다.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를 한국과 중국의 성매매 산업과 연결지으려는 발상은, 타국에 대한 절대 모독이자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파렴치한 행위이며, 인간이기를 포기한 망동이랄 수밖에 없겠다.

 

정부는 진정 위안부 문제 해결에 의지 있나

 

일본이 이렇듯 작정한 채 망언과 망동 행위를 일삼는 데엔 우리 정부의 치밀하지 못하며 어리석은 대응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장관까지 직접 참석하며 열의를 보여온 일본의 역사 왜곡 비판 계획이 정작 일본의 영향과 압력 때문에 대부분의 주요 계획을 철회해야 하는 망신을 당하고 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과 2개월전 프랑스를 국빈 방문, 현지어로 유창하게 연설하여 프랑스인들의 박수 갈채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새삼 화제였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싶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결정적인 순간엔 항상 이런 식의 대접을 받고 마는데 말이다.

 

사전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아니 혹여 인지를 하고 있었더라면 더더욱, 무리하게 접근한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행태를 꼬집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결과를 빚을 바에야 무엇하러 장관이 직접 그곳까지 날아가서 값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머쓱해졌을 조윤선 장관의 모습을 떠올리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순히 언론 노출과 눈에 보이기 위한 전시성 코스프레 류의 정책, 이젠 통하지 않을 테다.  겉으로 드러나는 떠들썩한 행보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대회의 성격과 후원국 등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연구하며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외교력과 정치적인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어야 함이 백번 옳다.  국민들의 눈높이는 진작부터 달라졌다.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훔치려면 진정성 있는 대책과 보다 실질적인 정책들이 나와주어야 한다.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우리 정부의 어리석은 대응이 있는 한 일본의 망언과 망동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테며, 이를 지켜봐야만 하는 국민들은 속에서 천불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정부에게 진정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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