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아뿔싸~' 건망증이 빚은 대참사

새 날 2014. 1. 2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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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둔 택배사들, 일찌감치 택배접수를 마감했더랬습니다.  덕분에 급히 보내야 할 물건이 있었는데, 평소 애용해 오던 편의점택배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네요.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오직 한 군데, 우체국에서만은 현장 접수를 받고 있었어요. 

 

'어머, 고맙다 우체국아~'

 

확인하자마자 보낼 물건 포장을 잽싸게 마치고 보다 빠르게 갈 요량으로 자전거에 올라탑니다.  룰루랄라 오늘따라 자전거는 왜 이리도 씽씽 잘 달려지나요.  가뿐하게 우체국에 도착한 전 대기 번호표부터 뽑았습니다.  헐~  대기자 1인..

 

'이게 웬일이라니..  이런 대목에 사람이 이리도 없다니 이건 분명 행운이야'

 

그러면서 바로 접수를 마쳤답니다.  직원분 왈, 다음날이면 물건은 상대방에게 도착할 거랍니다.  혹여 아무리 늦더라도 휴일인 다음날 배송은 반드시 이뤄질 거랍니다.



'그래, 아주 맘에 들어'

 

이제, 택배 접수를 모두 마쳤으니 볼 일이 다 끝난 거겠죠?  다시 돌아가기 위해 자전거에 가뿐히 올라탄 전 기분 좋게 페달을 힘껏 밟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올 땐 그렇게도 씽씽 잘 달려주던 자전거가 자전거가...  갑자기 무언가 거친 느낌이 들며 잘 굴러가질 않네요?  자연스레 아래쪽으로 시선이 쏠립니다.

 

'아뿔싸~ 자물쇠...'

 

그랬습니다.  이미 일은 벌어진 뒤입니다.  테릭스 보아락의 그 탄력좋고 튼튼한 쇠줄이 뒷바퀴 스프라켓의 체인과 함께 뒤엉켜 버린 겁니다.  한 마디로 대참사였어요. ㅠㅠ  일단 사태 수습을 위해 바퀴를 반대로 돌려보고 자물쇠의 시건장치를 해제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물쇠의 쇠줄이 튼튼해서 그런지 끊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며, 아울러 체인에도 특별한 손상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참사가 벌어지기 전 단아한 모습의 테릭스 보아락

 

다만 스프라켓을 지지하고 있던 동그란 모양의 플라스틱이 일부 부러져 나갔고, 쇠줄이 감기느라 그 틈새가 벌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찌 저찌하여 뒤엉킨 자물쇠를 자전거에서 모두 분리해 냅니다.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은 온통 기름 투성이가 되었고, 물론 옷도 엉망이 되어버렸네요. 

 

 

대참사 후 처참한 몰골이 돼버린 테릭스 보아락

 

자전거가 무사한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휴~ 다행이네요.  아직은 아무 이상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아직까지는요.  순간의 건망증이 빚은 일 치고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참사가 될 뻔했습니다.  제 자전거 욘석이 요즘 유행하는 고가의 자전거가 아닌, 삼천리표 생활자전거라 솔직히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는 게 이럴 땐 장점이 되는군요 ㅎ

 

아내님께 이와 같은 사실을 무용담으로 떠들어댔더니 돌아오는 말,

 

'남편님이 이제 다 되셨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 그런가, 그 좋던 총기마저 사라졌군'

 

그렇습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탓인지 이젠 건망증도 더 심해진 것 같고, 아내님의 말처럼 총기도 사라져 갑니다.  오호통재라~  여러분들의 건망증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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