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선 1주년, 계속 불통하겠노란 박근혜 대통령 이를 어찌할꼬

새 날 2013. 12. 20. 08:14
반응형

근래 SNS 사용의 일상화로 단연 소통이 화두다.  물론 이 또한 다른 경우처럼 그 방식과 도구가 너무 앞서가며 첨단화되다 보니 자꾸 과거 방식이 그리워지는가 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디지털 방식에 식상한 나머지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 열풍이 휩쓸고 있다.  의외다.  한 대학생의 대자보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은 일파만파 번져가며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화두를 던져주었다. 

 

대선 1주년 기념 소회 "불통 평가 억울하다"

 

그렇다면 소통이란 무얼까.  흔히 사용해 오곤 있지만, 실상 우린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 별로 없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거나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란 뜻이다.

 

12월 19일은 18대 대선을 치른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대선 결과의 쓰디 쓴 뒷맛 때문에 그보다 더 쓴 소주를 들이켜야 했던 그날이 벌써 1년 지났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기념하여 다양한 소회를 밝혔다.  그중 특히 대중의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큼 독특한 발언과 행동을 한 이들이 있다.

 

 

그 중심엔 얼마전 민주당 양승조 의원의 발언에 발끈하며 헐리웃 액션을 선보였던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있다.  그는 지난 1년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불통’이란 비판이 가해진 부분이 가장 억울하단다.  아울러 원칙대로 바르게 가면서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길을 방해하고, 못 가게하고, 손가락질하면서 비난하는 세력과 소통하지 않는 것을 불통이라 한다면 그건 자랑스러운 불통이라고도 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주장하는 바만 고집해 오고 1년 내내 독선과 아집으로만 일관해 왔던 장본인이 바로 박 대통령 아니었던가?  소통이 이뤄지려면 우선 상대를 인정해야 하는 전제가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애초 상대는 배려 않고 반대로 굴종만을 강요해 왔던 분이 바로 박 대통령 아니었는가. 



불통은 소통의 반대 의미다.  그렇다면 막혀서 잘 통하지 않거나 뜻이 서로 통하지 않아 오해가 있는 상황이 바로 불통일진대, 지난 1년간 박 대통령 스스로는 국민이나 상대 진영과 막힘 없이 뜻이 잘 통해 오해 따위 전혀 없었다는 말인가?  소가 웃을 일 아닌가.  부정선거 의혹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시계는 수십년 뒤로 돌려진 상태인데 이에 대해선 끝끝내 모르쇠로 일관해 와놓고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길을 방해한다고?  그래서 국민들을 위해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들은 죄다 파기하고 약속 따위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인가?  이렇듯 주요 대선 공약들을 줄줄이 파기해 놓고, 최근 철도와 의료 등 공공부문 민영화 시도로 인한 집단행동이 벌어지니 절대 민영화 하지 않을 것임을 믿어달라고 하면 과연 몇 사람이나 이를 믿어 줄까?

 

지지자들과의 소통만 잘 이뤄진다면 나머지 세력과는 불통이어도 자랑스럽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이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고 있으니 소통이 이뤄질래야 이뤄질 수 없을 테다.  참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억울해 하는 사람이 또 한 분 있었다.  다름 아닌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이다.  그녀는 대선 1주년을 맞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박 대통령은 SNS를 무척 잘 활용하고 있어 댓글을 다 외울 정도이고, 비판적 댓글과 악플까지도 기억할 정도라며 굉장히 열심히 소통을 하고 있는데 왜 불통이라고들 하는지 무척 억울해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한 사례를 들어 나름 소통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의미겠지만, 대통령의 소통이란 게 고작 일반인들처럼 SNS 댓글 확인만으로 가능한 걸까?  대통령의 소통은 반대 진영마저 품는 포용력과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지 않는 유연함과 같은 것들이 전제돼야 한다.  SNS는 단순히 그를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댓글을 외우고 이에 민감해 하는 건 연예인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권의 차기 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형식을 빌려 대선 1주년의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형식은 비록 사회 문제를 고뇌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빌렸지만, 내용은 최근의 사회 이슈와는 전혀 관련 없는, 그저 자신들의 대선 승리에 감격스러워 하며 그들의 안위를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들만 나열해 놓아 '안녕들 하십니까'의 사회적 현상을 희화화하고자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참 치졸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우물론' 설파하며 불통 정치 이어가겠노란 의지 밝혀

 

대선 1주년을 기념한 여권 일각에서의 소회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자신 또한 대선 1주년 기념 새누리당 당직자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이른바 '우물론'을 내세우며, 야권과 국민들의 반발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불통 행보를 이어가겠노란 의지를 피력했다.

 

"우물을 파는데 99길을 파고 1길을 안 파면 물이 안 나온다.  남은 1길을 마저 파야 된다.  국민만 바라보고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  현재 사회에 혼란스러운 일이 좀 있기는 하지만 할 일을 하면 언젠가 국민이 알아줄 것이다."

 

우물이 제대로된 우물이라면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나머지 1길을 꼭 파야 한다.  하지만 현재 파내고 있는 우물이 우물인 줄 알았지만, 실상 우물이 아니라면 비록 1길이 남든 얼마가 남든 파던 일을 중단해야 한다.  이게 바로 소통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우물 여부인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조건 우물이라 우기며 무한정 파내기 하는 행위, 다름 아닌 불통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결과에 대해 언젠가 국민이 알아 줄 것이란 대통령의 말은 백번 옳다.  물론 잘했는가 못했는가의 냉정한 국민들의 판단이 그 결과물일 테다.  1년동안 우린 대통령의 불통 정치에 지칠대로 지쳤다.  대통령 또한 정권의 정통성을 담보받지 못한 채 흔들리며 고난의 시간을 보내왔을 터다.  하지만 우물론을 내세우며 앞으로도 불통과 독선을 이어가겠노란 소회를 보며, 물론 그러리라 예측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 있을지 모를 약간의 변화 기대마저 물거품이 된 듯하여 앞으로의 4년이 무척 고단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안타깝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