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그 이름만으로도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새 날 2012. 11.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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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영화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OST 앨범이다.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설사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정작 당시엔 볼 수 없었던(19금) 영화인데, 왜 이 앨범이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일까. 산울림의 맏형 김창완씨가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 제작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아마도 신문이나 지상파 방송을 통해 언젠가 들었음이 틀림 없음이리라.

 

당시 내겐 김창완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앨범에 수록된 곡이 단 한 곡이든 두 곡이든 아니면 모든 곡이든 상관없이, 무조건 구입을 위해 레코드 가게를 전전했던 시기이다. 어쨌든 그의 흔적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으니... 그런 연유로 이 앨범이 내 손에 들려지게 된 것이다. 구입해 놓고 보니 김창완의 곡은 A면 B면 양쪽에 각 한 곡씩, 정확히 두 곡이 수록되어 있더라. 단 한 곡만이 아니어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아무리 관심 밖의 영화라지만, 그래도 OST 앨범 아니겠는가. 영화를 잠깐 살펴 보자. 감독 송영수, 출연진 정승호, 김진아, 김인문씨.. TV 등에서 늘 수더분한 역할로 등장하여 이웃 아저씨처럼 친숙하게 와 닿았던 김인문씨는 작년에 운명을 달리하셨고, 영화배우 김진규씨 딸 김진아씨의 경우는 과거 고양이 같은 얼굴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이지적이며 섹시하게 느꼈었는데, 역시 세월 앞에서는 천하의 김진아씨도 별 수 없는가 보다. 얼마 전 모 방송국 아침 프로에서 잠깐 얼굴을 비친 적이 있는데, 젊어 뵈려고 노력은 많이 하신 듯하지만 이젠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더라는...

나이 듦을 잊고 있다가도 이렇듯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분들이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때, 안타깝지만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넋 놓고 있던 세월의 흐름을 내게 또렷이 각인시켜 준다. 반가운 마음 현 켠엔 이렇듯 시간의 흐름이란 냉엄한 현실 앞에서 멘탈이 반쯤 털리기도... 왜? 나만은 절대 안 늙을 것 같거든...

 

 

이제 다시 앨범 얘기로 돌아와 볼까. 김창완은 늘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들만 부르다 보니, 다른 이의 곡을 부르는 모습이 내 머릿속에선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 앨범에 수록된 김창완의 노래 두 곡 모두 오준영씨의 작품으로, 김창완은 노래만 소화했다. 그런데 '안녕이란 말은 너무 어려워'란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김창완의 과거 노래 패턴이 녹아 들어 있는 듯하다. 산울림이 아닌 일반 연주자들의 반주라 그에겐 무언가 어색한 느낌이지만, 이 곡에선 분명 김창완 식 발라드 색채가 묻어나오고 있다.



B면의 '인생가'는 '한 오백년'이란 강원도 대표민요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움악인 듯하다. 이제껏 들어볼 수 없었던 김창완의 구슬픈 민요 창법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노래이며, 영화 속에서는 아마도 한국적 슬픈 정서가 흐르는 특정 장면에 삽입되었을 듯싶다.

작사 : 김정률 / 작곡 : 오준영 / 편곡 : 김정택 / 연주 : 운명
음악연출 : 오준영
발매 : 1984년 5월 / 대성음반 DAS-0215

A면
1. 강변연가 (노래 권진경)
2. 안녕이란 말은 너무 어려워 (노래 김창완)
3.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노래 박영민)
4. 소 (노래 박영일)
5. 석양 (노래 신정숙)

B면
1. 사랑하면 모든 것이 (노래 이광조)
2. 헤이 미스터 로봇트 (노래 윤설하)
3. 어디로 갈까 (노래 오준영)
4. 인생가 (노래 김창완)
5. 비가와 주었으면 (석양 B.G)
6. 손모아 마음모아 (노래 남궁옥분 / 건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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