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와대 기초연금 논란 해명이 변명에 가까운 이유

새 날 2013. 9. 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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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이미 예고한 대로 지난 26일 발표된 기초연금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섰다.  29일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기초연금안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뉴시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아무래도 이번 기초연금안을 둘러싼 공약 후퇴 논란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진영 복지부장관의 공백에 대한 여론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또한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수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 기초연금안 논란 해명

 

최 수석은 기초연금을 둘러싼 대표적인 논란 네 가지에 대해 요목조목 해명하는 방식으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럼 기초연금안의 네 가지 논란과 그에 따른 최 수석의 해명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1.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가 손해를 본다.

국민연금은 법에 따라 이미 받도록 되어 있는 것을 다 받는 것이고, 기초연금은 추가로 받는 것이기에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할수록 총 연금이 더욱 많아져 오히려 이득을 보게 된다.

 

2. 미래세대가 현재의 노인세대보다 불리하다.

세대별 기초연금 수급액을 산출하면 후세대가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50대 보다는 40대가, 40대보다는 30대가, 30대 보다는 20대가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는다.

 

3.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복잡해진다.

기초연금은 후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문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새로 도입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성숙과 함께 기초연금의 장기적 재정 지속을 담보할 수 있으며, 후세대의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장점도 있다.

 

4. 국민연금 재정을 기초연금에 활용한다.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며 국민연금 재정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  아울러 이런 내용을 기초연금법에 명문화해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여전

 

청와대의 이번 해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아마도 '오해' 아닐까 싶다.  이전 정권인 이명박정권 시절에도 무언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이 "그건 오해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정권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국민들을 설득시키려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애초 불거졌던 몇가지 측면에서의 치명적 모순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은 여전하다.  때문에 오히려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최 수석의 4번 항목 해명을 통해 보면, 국민연금의 재정이 기초연금의 그것과는 완전히 별개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자신이 낸 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전액 국가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재정이 기초연금으로 흘러들어갈 일은 절대 없으며, 이를 법으로도 명문화할 예정이라 밝히고 있다.

 

그렇다.  당연히 국민연금의 성격과 기초연금의 그것은 판이하기에 애초 통합 운영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용납할 국민들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여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일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성격이 전혀 다르고 기금 운용 방식도 독립되어 있는데, 어째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기초연금 산정의 근거가 되어 차등화되었는가 말이다.  때문에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재정이 기초연금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여전히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일수록 기초연금이 줄어드는 구조때문에 기초연금만을 놓고 볼 때 분명히 손해를 보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국민연금 가입자일수록 총 연금이 많아져 오히려 이득이라는 궤변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국민연금은 자신이 낸 돈을 자신이 돌려받는 방식이기에 오랜 기간 가입돼 있을 경우 연금액이 늘어나는 건 인지상정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은 훗날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많아질 테니, 국가에서 추가로 지급해주는 기초연금에 대해선 그 만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기라도 하라는 의미인가?  도대체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다고 이렇듯 둘 사이를 굴비 엮듯 강제로 꿰어 옭아맨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왜 정부의 재정문제를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일까.  왜?

 

또한 미래세대가 현재세대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고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의 물가상승분을 고려한다면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낼 금액은 당연히 과거에 비해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상대적인 금액도 함께 인상해주겠다는 의미라도 된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조삼모사와 뭐가 다르겠는가.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인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연계 당위성과 미래세대와 현재세대와의 형평성 문제 등 그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해명된 부분이 없다. 

 

청와대의 해명이 변명에 더 가까운 이유

 

기초연금안이 발표되기 수일 전까지만 해도, 진영 복지부장관의 사의 표명이 공약 후퇴에 대한 총괄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될 것으로 세간에 알려지며, 박 대통령의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 여론이 봇물처럼 쏟아졌었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 건지 이후 정 총리가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며. 그의 사의를 없던 일로 하겠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졌었다.

 

 

실제로 진영 장관을 공약 후퇴에 따른 꼬리 자르기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밝혀진 사실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사퇴 이유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연계를 반대한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로 인한 양심의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조차도 청와대의 또 다른 흑막이 감춰져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청와대가 그의 사퇴를 극구 만류하며 반려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진영 장관은 끝내 사퇴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고, 때문에 청와대와의 불화설과 항명 파동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러한 상황을 바라봐야만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그저 갑갑하여 피로도의 수치만 올라갈 뿐이다.

 

한 나라의 복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 장관이 사직서를 이메일로 띄운 상태에서 근무지를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와 이에 대한 원인 제공을 하며 제대로 관리 못한 청와대의 무능함이 한데 어우러진 총체적 난국의 상황, 그 혼돈의 와중에 들고 나온 각종 복지정책들, 그중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선 기초연금안의 틀이 제대로 갖춰졌을 리 만무할 테고, 또 이에 따른 논란을 직접 해명한답시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 국민들을 설득시키려 했지만, 원안의 부실함으로 인해 제대로된 해명이 될 수 없는 건 너무도 자명한 일, 청와대가 복지부장관인 진영 장관조차 설득시키지 못해 그의 사퇴 의지를 굽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건지... 

 

만일 청와대가 기초연금안에 대해 진정성 있는 모습과 진심이 묻어나는 대국민 설득에 나서려 했다면, 그에 앞서 양심 때문에 물러난 진영 장관부터 설득시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끔 했어야 하는 게 우선 아닐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이번 해명 역시 그저 한낱 변명에 불과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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