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잇따른 친일 논란, 본격 우경화 사회 진입 신호탄?

새 날 2013. 9. 13. 10:30
반응형

작곡가 류재준 씨의 제46회 난파음악상 수상 거부에 이어 소프라노 임선혜 씨마저 거부 의사를 밝혀와 급기야 이 상을 운영하고 있는 난파기념사업회가 12일 올해 수상자를 아예 선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68년 상이 제정된 이래 초유의 사태라 한다.

 

류재준에 이어 임선혜마저 난파음악상 거부

 

난파음악상은 '봉선화' 등을 작곡한 난파 홍영후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난파기념사업회가 제정한 국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음악상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정경화를 비롯해 백건우, 정명훈, 금난새, 조수미, 장한나 등의 내로라하는 음악가들이 대거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경향신문

 

친일 음악인의 상을 받고 싶지 않아 수상을 거부하겠노라는 류재준 씨의 당당한(?) 소신이 알려지게 되며, 최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승인 이후 우리 사회에 광풍처럼 불어닥친 역사적 쟁점과 더불어 친일 논란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게 됐다. 

 

본명보다 사실 홍난파로 더 잘 알려진 홍영후, 그의 음악적 천재성은 그가 남긴 작품들의 화려한 면면만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하지만 훌륭한 그의 음악적 업적 뒤엔 친일 행적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는 1930년대 후반부터 식민 통치와 침략 전쟁에 협력하는 내용의 노래를 작곡하고, 친일 단체에서 활동한 화려한(?) 전력이 있다.  1940년에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 음악으로 일제에 보국하자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헤게모니 장악 시도

 

우리 사회, 박근혜정권의 출범과 동시에 본격적인 우경화 작업이 전방위로 시도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석기 내란음모 사태를 빌미로 본격적인 종북몰이에 나서며 공안통치의 기틀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예상대로 우리 사회는 종북이란 정체 불분명의 유령에게 유린 당하며, 애초 이와 같은 상황을 의도했던 세력에 의해 크게 휘둘리고 있는 양상이다.  개인의 사상과 생각마저 오로지 같은 방향만을 강요 당하는, 심각한 통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이들은 야당에게 백기 투항을 종용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해외 순방을 마치자마자 3자 회동을 제안하며 낙동강 오리알 같은 신세로 전락한 민주당에게 출구를 제시해줬다.  민주당, 고마워하며 이를 달게 삼켜야 할까? 

 

물론 예측되어진 일이긴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더욱 높이 치솟고 있다.  정치적 헤게모니의 장악과 해외순방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상태이니 득의양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치 선심 쓰듯 국회를 직접 찾아 민주당 대표를 만나주겠노란 호기를 부린다.  자신감의 발로다.

 

우경화되어가는 우리 사회

 

정치권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도 이미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시도들은 엿보인다.  그 전면엔 국정원이 포진하고 있다.  검찰과 민주당 진선미 의원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진작부터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을 통해 이념적 지향성이 낮은 젊은층을 보수화하기 위해 비밀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드러났듯 댓글 등을 이용한 공작 또한 이 프로그램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결국 보수세력의 기득권 질서 유지를 위해 국정원이 총대를 맨 셈이다.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집필에 참여하여 만들어진 교학사 교과서, 이로 인해 최근 불 지펴진 이념 논쟁 또한 보수세력들의 의도적인 움직임 중 하나다.  일제침략과 친일행적, 독재정권의 미화를 통해 어린 세대 때부터 자신들이 지향하는 역사관과 이념을 강제 주입시켜 우리 사회의 우경화를 고착화하고 현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속내인 것이다.

 

얼마전 백선엽 씨 등 친일파의 의류를 문화재로 지정하며 불거졌던 친일 문제나 교학사 교과서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일 논쟁, 그리고 친일 음악가인 홍난파의 난파 음악상 거부라는 초유의 사건들,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일들 같지만 실은 우리 사회가 점차 보수화되고 우경화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빚어지는 통과의례 쯤의 가벼운(?) 마찰 현상으로 읽혀지고 있다. 

 

앞으로 우경화를 위한 시도들은 더욱 집요할 것이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어쩔 수 없이 한 발 한 발 더욱 우경화된 사회로 깊숙이 진입해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이유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