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사태, 민주적 절차의 중요성을 알리다

새 날 2013. 9. 1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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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인 성남보호관찰소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한 지 5일만에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못 이겨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결정했다.

 

 

성남보호관찰소는 문을 연 지 13년이 되었지만, 범죄자가 드나드는 혐오시설이란 인식 때문에 마땅한 독립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채 여전히 이곳 저곳을 전전하는 떠돌이 신세로 취급 당하고 있었다.  최근 입주해있던 건물과의 임대차계약이 만료된 성남보호관찰소, 4일 새벽 야음을 틈타 성남구 수진동에서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한다. 

 

하지만 뒤늦게 도둑 이사 사실을 알게된 인근 주민들, 범죄자 수용시설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실력 행사로 이의 저지에 나서게 됐고, 반발이 점차 극렬한 양상을 띄게 되자 결국 법무부가 전면 재검토란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성남보호관찰소는 2000년 개소 이래 세 차례나 거처를 옮겨다녀야 했다.  그동안 분당구 미금동 등으로의 이전을 추진한 바 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돼왔다.  덕분에 성남보호관찰소는 수년 전 독립청사 매입비 65억원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분당구 구미동 미금역 근처에 청사 건립 부지가 있었으나 2009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건립을 포기해야 했으며, 이후 야탑동의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의 건물과 땅을 구미동 부지와 맞교환키로 하고 이전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보류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보호관찰소에서 하는 일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주민들의 반발이 이토록 거센 걸까?  보호관찰소란 법원에서 보호관찰, 사회봉사 처분을 받은 범죄 전과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서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 집행 외 소년사범 선도업무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그중 성남보호관찰소는 경기도 성남, 하남, 광주지역 전과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사회봉사명령 집행, 전자발찌 등 위치추적 전자감독, 야간외출 제한 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번 사태,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인 님비 현상으로만 보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행정당국의 무리한 행정 집행에 의해 발생한 현상으로 봐야 하는 걸까?  십수 년간 지역 이기주의에 발이 묶인 채 여전히 성남보호관찰소의 터를 잡지 못 하고 있는 현 상황, 분명 심각한 문제임엔 틀림 없다.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혐오시설이란 이유로 모두가 기피하기만 한다면 이런 시설들, 과연 어디에 들어서야 하는 걸까?  사실 님비 현상은 이번 사태로 불거진 분당지역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야 하는, 사회적 공통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 지역 주민들의 님비 현상보다는 행정 당국의 잘못이 훨씬 커보인다.  우선 보호관찰소가 설립된 지 13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청사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게 만든 것은 지역주민들의 님비 현상을 떠나 행정 당국의 무능함을 탓해야 할 듯싶다. 

 

혐오시설에 대한 지역 이기주의 쯤은 충분히 예견된 일일 테고, 따라서 지역민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가며 문제 해결을 도모해 왔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평행선을 달리는 의견 충돌이라 하더라도 상호간 적절한 절충점을 찾는 데 있어 십수 년이란 세월은 너무도 긴 시간의 흐름이다.  때문에 행정 당국이 행정 집행 이전에 반드시 필요했던 절차들을 생략하여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밖에 판단할 수가 없다. 

 

더욱이 새벽에 야반도주라도 하듯 주민들 몰래 기습적으로 이전을 시도한 자체는 민주주의의 절차를 훼손한 전형적인 행태라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생략한 집행은 아무리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온당한 방식은 분명 아니다.  이번 사태는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정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생각된다. 

 

지역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 행정 당국의,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대화와 타협 그리고 적절한 보상 등을 통한 지속적인 설득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비슷한 사례 발생 시 온당한 절차를 통한 합리적 해결 방법만이 님비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는 롤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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