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과연 술 배는 따로 있는가

새 날 2013. 1. 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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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생맥주 500cc는 술술 잘 들어가는데, 같의 양의 물 마시기는 버겁다고들 한다.  아니 실제로 그렇더라.  난 이를 막연하게나마 물 분자와 맥주 분자의 배열 구조가 다른 데서 오는 차이 때문이리라 생각했었다.  즉 과학적으로 정확한지의 여부는 측정해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느낌상 미세하게나마 물 vs 맥주의 밀도 및 점도가 다르게 와 닿은 측면 때문이리라 여겨왔었다.

이에 대해 명쾌하진 않지만, 제법 이목을 끄는 기사 하나가 있다.

"물 배, 술 배 따로 있다" (서울신문)

명쾌하지 않다는 이유는..  이 기사 내용의 주체가 아무래도 맥주 제조회사인지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만을 뽑아내어 일종의 마케팅 용도로써 활용했음직한 심증 때문이다.  맞았다.  기사 내용을 보니 자신들의 맥주 영업 매뉴얼에 포함된 내용이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위의 결과를 과학적으로 요목조목 분명히 따져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우선 맥주의 주 성분부터 알아 보자.  수분 87∼92%, 알코올 3∼5%, 엑기스분 2∼6%, 탄산가스 0.3∼0.6%.. 그리고 100㎖당 영양소는 단백질 0.5g, 탄수화물 3.1g, 칼슘 2mg, 철분 0.1mg, 비타민B2 0.02mg으로 구성되어 있다.  맥주 대부분의 성분은 물인 거고 알코올과 영양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는 그런 구조이다.  흔히 맥주는 위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며 활발한 이뇨작용을 불러와, 체내에 축적된 노폐물의 배설을 왕성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주에 함유되어 있는 탄산가스는 위벽을 자극, 위장의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시켜 위의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  맥주가 위에서 빠른 흡수 능력을 보이는 것은 다른 주종에 비해 낮은 알코올 도수도 한 몫 한다.  높은 도수의 알코올이었더라면 흡수가 지체되어 결국 장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만큼 더욱 늦춰지게 되는 결과가 되었으리라.  아울러 매우 미량이긴 하지만, 1차적으로 위에서 소화가 이뤄지는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도 빠른 흡수에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음료의 온도와도 관련이 있다.  보통 음료의 온도가 5도 정도에 해당될 때, 가장 빠른 흡수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맥주의 참맛을 느끼기에 가장 적당한 온도는 4도-6도 사이이다.

결과적으로 적당히 낮은 알코올 도수와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온도, 그리고 위장의 소화기능 촉진, 이뇨작용 등 실제 맥주가 위에서 빠른 흡수가 이뤄진다는 기사 내용이 일정 부분 설득력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하지만 영양소 부분에서 200㎖당 100㎉의 열량이 포함된 맥주를 우유와 비교하며, 살이 찌게 하는 원흉을 전적으로 안주 탓만으로 돌린 부분에선 조금 궁색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밥 한 공기의 칼로리와 비교해 보자.  한 공기는 보통 200g 정도이며, 이에는 300㎉의 열량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호프집에서 흔히 사 먹는 생맥주 한 잔의 500cc는 대략 밥 한 공기의 열량과 엇비슷하다는 얘기이다.  결국 맥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열량을 갖고 있는 것이니, 맥주 제조사의 허튼 소리를 곧이 곧대로 믿고 마구 마셨다간 자칫 '뱃살에무쵸'가 될 공산이 커 보이는 거다.  거기에 각종 안주가 곁들여진다면?  상상에 맡기겠다.

다른 주종에 비해 맥주 흡입 시 혈액 중 알코올 농도가 완만하게 증가할 뿐 아니라, 흡수될 수 있는 최대 알코올 농도 또한 다른 주종의 경우보다 훨씬 낮아 건강에 이롭다는 측면도 있다.  물론 다른 주종에 견주었을 때로 한정한다.  그래도 술은 술이거늘 술 배와 물 배가 다르다며, 술이 물을 마신 듯, 물이 술을 마신 듯 흥청망청 허리띠 풀어놓고 마셨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아무리 낮은 도수라 해도 맥주 또한 엄연한 술이다.  아울러 위장에서의 빠른 흡수력을 보인다는 건 그만큼 빨리 취할 수도 있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뭐든 적당선을 지켜야 한다는 점, 이건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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