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어느 기초자치단체 의원님들의 이상한 해외연수

새 날 2013. 6. 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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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북구 구의회 의원들이 혈세로 외유를 떠나 현지 도심에서 대낮에 싸움판을 벌이는 추태를 빚었다.  지난달 27일의 일이다.  터키 이스탄불 베이올루 구의회의 초청으로 구의회를 방문한 뒤 시내 관광에 나섰다가 숙소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싸움이 빚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북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와 추태

 

싸움이 벌어졌던 곳은 다름 아닌 서울의 명동 한복판에 해당하는 이스탄불 도심지이다.  수많은 터키 시민들이 당시 싸움을 지켜봤음은 물론이겠거니와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현지 교민들의 입장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나라 망신을 시키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신문>

 

의정활동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면 해외연수, 당연히 다녀 올 수 있다.  아니 다녀와야 한다.  아울러 연수 중 의원들끼리의 사소한 다툼 따위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소소한 다툼 정도는 늘 일어날 소지가 다분하며, 이들도 의원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의 자연인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매우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의해 그들의 불순한(?)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침소봉대된 일일 수도 있다.

 

모두 맞다 치자.  하지만 이들의 연수 일정과 비용을 한 번 살펴 보자.  이들의 연수는 지난해 5월 성북구와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한 터키 베이올루 구의회의 초청에 의해 이뤄졌다.  7박 9일이나 되는 기나긴 일정 중 공식행사는 베이올루 구의회를 방문하는 반나절 일정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터키 관광명소인 이스탄불, 에페소, 앙카라, 카파도키아 등을 둘러보는 전형적인 관광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경비는 모두 구의회 예산으로 집행되었으며 1인당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진다. 



행사 중 90% 이상이 터키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일정만을 놓고 볼 때 이번 행사의 성격, 안타깝지만 해외연수가 아닌 외유가 맞겠다.  게다가 1인당 200만원 이상 소요된 경비는 모두 시민들이 낸 혈세로 충당했단다.  이러한 외유성 출장은 사실상 몰래 다녀와도 뒤가 찜찜한 느낌일 텐데, 뭐가 그리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지 외국 도심 한복판에서 다툼 등의 추태까지 벌였단다.  대한민국을 벗어났다는 일탈심리에서 오는 들뜬 마음에 그만 자신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인이란 사실을 망각하기라도 한 걸까.

 

기초의회 무용론에 기름 부은 격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게 흘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한 실망감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지차체의 견제는 커녕 반대를 위한 반대가 성행하고, 같은 정당끼리 눈 감아주거나 숫자로 밀어붙이는 일과 같이 국회에서 늘 봐왔던 못된 행태들 또한 비일비재하다.  선거철에만 반짝 일하는 척하고 당선되면 주민들과 마주치는 일 거의 없다.

 

민의 반영보다는 의원 자신들의 특권을 챙기는 일에 몰두하고 오히려 지자체 행정의 발목을 잡는 현상까지 일삼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세금이 걷히지 않아 재정이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 55곳이 올 의정비를 4.15% 올렸단다.  이들은 애초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거기에 서울시 등 일부 의회에서 조례를 스스로 뜯어 고쳐가며 유급보좌관을 붙여달라고 떼를 쓰는 등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근근이 지자체 살림을 꾸려가는 형편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복지 비용은 지방 곳간을 더욱 부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일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초의원들이 발의한 조례가 연 평균 1회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듯 일은 하지 않으면서 외유성 관광은 열심이다.  지방 재정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이는 몰염치의 극치를 보여준 행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기초 단체장 의원의 정당 공천을 폐지하는 방안과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성북구 의회의 터키 추태 외유는 이러한 움직임에 기름을 부은 격이며, 당위성을 제공해 주는 단초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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