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자유학기제는 무리한 대선 공약 이행의 산물

새 날 2013. 5. 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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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8일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범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시험을 없애고 진로 탐색 기회를 부여하여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정책으로서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 중 하나입니다.  교육부는 우선 올해 2학기와 내년 1학기 전국 40여 곳의 연구학교를 선정하여 운영해본 뒤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이를 시행하기로 방침을 정하였습니다.

 

벌써부터 입시 중압감에 내몰려 어깨가 축 늘어진 중학생 아이들에게 비록 한 학기에 불과하지만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없앴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정책, 크게 환영합니다.  도입 취지에도 적극 공감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이 시행될 때면 그에 따른 기대감과 함께 따라붙는 우려스런 부분을 생각지 않을 수 없는데요.  특히나 과거 툭하면 손질하기 바빴던 우리 교육 정책의 관행을 돌아볼 때 이번 정책이라고 하여 특별히 곱게 바라볼 수만은 없을 듯합니다.  

 

자유학기제, 이래서 우려스럽다

 

우선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의 입안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쫓겨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의 교육정책의 큰 틀은 여전히 입시라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한 밑그림을 새로이 그려 놓은 상태에서 이번 정책이 나온 것이 맞을까요?  기존 입시제도의 변경 없이 단지 중학교 한 학기의 체험 학습만으로 우리 교육의 틀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까요?

 

아울러 사회적 합의와 그에 따른 인프라 구축 없이 자유학기제라는 정책이 아직은 우리 몸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아이들이 진로 탐색과 관련한 체험 활동을 하려면 지역사회나 기업 등 외부의 참여와 협조가 필수 요소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이미 시행되고 잇는 유사한 정책에서도 지역사회나 기업들의 협조가 부족하여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도시와 농어촌의 지역적 여건이 달라 균형 있는 체험 효과를 바라기도 어려운 처지입니다.



전문적으로 훈련되어 있지 않은 교사들이 형식적인 몇 차례의 교육만으로 과연 전문 영역인 진로 탐색 활동을 수행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가뜩이나 학과 강좌와 잡다한 일처리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교사들에게 너무 과중한 임무를 부여하는 건 아닌가 하여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교사들의 역량과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정부의 도입 의도와는 달리 형식적이며 요식적인 한 학기가 될 공산이 크며, 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황상 여러모로 정착되기 힘든 정책이라 가장 염려되는 점은 역시 형식적으로 몇 년 운영되다가 유야무야 흐지부지 사라지게 되는 정책이 아닐까 하는 부분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수장이 바뀔 때마다 그동안 무수한 새 교육정책이 등장하였으며, 그때마다 교육 당국은 우리의 교육 환경이 마치 혁신적으로 변화될 것처럼 홍보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참담했습니다.  오히려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진 정책 때문에 아이들은 실험용 쥐가 되어 고스란히 피해를 입어야 했으며, 학부모들은 가중된 혼란에 긴 한 숨을 내쉬어야 했습니다. 

 

긴 안목 없는 선심성 또는 인기용 정책들을 남발하다 보니 늘 반복되어지는 현상입니다.  지속적이며 일관성 있게 이뤄지는 정책이 아니라면, 결국 해당 정책의 수혜(?)를 입은 아이들, 자칫 학력 저하라는 폭탄을 맞게 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시적 성과주의에 목매지 말길

 

결국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여건이 무르익지 않고 또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선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란 의미입니다.  이 제도 시행에 앞서 교육부는 우선 그런 부분을 돌아 봤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때문에 지역사회와 기업, 기관 등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해당 정책 시행은 졸속 정책이란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 비전문가가 보더라도 탁상공론적 정책 탄생의 전형 아닌가 싶은 겁니다.

 

아울러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의 여부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이라는 눈에 보이는 전시행정적 정책 추진의 취지가 아닌, 우리 교육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라는 커다란 밑그림을 그려 놓은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옳다고 생각됩니다.  본격 시행까지는 2년 여라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과연 이 시간 내에 모든 인프라가 갖춰지고 여건이 성숙해진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요? 

 

물론 시범 운영을 통해 어느 정도의 문제점과 가능성 여부 타진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발빠르게 철회하는 것도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공약 이행과 대통령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가시적인 성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우리의 아이들을 다시금 실험실의 쥐가 되게 하지 말 것이며, 아무쪼록 교육 당국의 현명하고 신중한 판단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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