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기생충이 인간의 뇌를 조종한다면

새 날 2013. 2. 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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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양이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고양이가 '공공의 적'이라도 되는 양 모 TV를 통해 보도되어 수많은 고양이 집사님들을 집단 광분케 했던 기생충 '톡소포자충' 얘기입니다. 연가시로 인한 괴소문 때문에 꼽등이가 마녀사냥을 당했듯 자칫 고양이마저 희생양 될 뻔..

이 기생충에 직접 감염되어 그로 인한 고통을 직접 경험했다 하는 체코의 플레그르 교수, 유명 기생충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그는 이 기생충이 인간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습니다.

 

톡소포자충, 사람에게 치명적?

 

톡소포자충은 일반적으로 고양이에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양이의 장 속에 살면서 배설물을 통해 퍼지는데, 사람을 비롯한 모든 온혈동물들은 이의 감염에 노출되어 있다 봐야 할 것입니다. 이 기생충은 고양이의 몸 속에 침투하기 위해 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며, 이에 감염된 쥐는 반응시간이 느려지고 무기력해져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합니다. 결국 용감해진(?) 쥐는 고양이에게 부러 잡아먹힘으로써 새로운 숙주로의 이동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지요.

플레그르 교수가 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직접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인간에게도 감염된 쥐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일례로 공포심과 두려움이 둔해져 차가 와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되더라는군요. 물론 반응시간이 느려진 탓도 일부 작용했겠지요.

실제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교통사고 발생 비율이 2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훨씬 높다 합니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에게서도 이 기생충 감염 비율이 높게 나타는 것으로 보아 자살과의 상관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듯합니다. 이쯤되면 영화 '연가시'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 인구의 약 30%는 이미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있다 하는군요. 음.. 이미 저나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또한 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을 지 모를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선 이로 인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항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일부 환자, 그리고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된 사람들에게서 아주 드물게 망막변성이나 림프절염 같은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울러 임산부에겐 유산이나 기형아 출산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지만 역시나 이도 매우 드문 사례겠지요.

 

사람의 행동 변화 요인 규명

 

최근 플레그르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 한 중요한 단서가 스웨덴의 한 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공개되었습니다. 일명 'GABA 메커니즘'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톡소포자충이 숙주의 뇌에 도달하기 위해 백혈구를 납치한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백혈구는 외부 물질이나 감염성 질환이 몸 속에 침투했을 때 이에 대항하여 신체를 보호하는 면역기능 담당 세포입니다. 톡소포자충은 영악하게도 납치한 백혈구를 이동 수단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백혈구를 개조, 이로 하여금 인간의 공포심이나 불안 심리를 둔감케 하는 신경전달물질(GABA)을 생산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GABA(감마 아미노닉산)는 소뇌에 존재하고 있는 신경전달 억제물질로서 원래는 뇌에서 작용해야 하지만, 기생충에 감염된 숙주에게서는 신기하게도 뇌가 아닌 백혈구 면역체계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백혈구 세포의 내부에서는 톡소포자충이 GABA를 생산케 하고, 해당 세포 밖에 위치한 GABA 수용체를 자극, 이를 통해 뇌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신분열증 등과 같은 정신 장애 환자에게서 GABA 기능의 혼란이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톡소포자충에 의한 GABA의 증가가 두려움과 불안감 저하의 개연성을 더욱 높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겠지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 놓고 볼 때 톡소포자충이 사람의 뇌에 침투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일정 부분 사실로 보여집니다. 다만 그 방식이 신경전달물질을 이용한 감정 조절과 반응 속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 흔히 생각하는 뇌를 직접 조종하는 '좀비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어쨌든 하찮은(?)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 사람의 성격과 감정마저 조종 당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충격인 건 분명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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