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피지컬한 사랑의 작동 원리 그리고 우유

새 날 2013. 2. 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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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다. 물도 그렇거니와 공기도 그러하다. 거꾸로 흐르는 물을 본 적 있다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착시 효과 내지 인간이 만든 기계장치의 힘을 빌린 결과라는..

문득 남자와 여자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성 간엔 자석처럼 끌림이 느껴지는 게 당연한 이치이다. 어렵게 호르몬이니 그딴 거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우린 이미 몸으로 먼저 느끼고 있다. 특별히 끌림이 강하게 느껴오는 이성을 만나게 되면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까지 한다.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서로 맞닿으면 뜨거운 물체의 높은 열 에너지가 차가운 물체로 이동하여 결국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는 열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성 간의 피지컬한 사랑이란 것도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원리라 생각된다. 물론 형이상학적인 플라토닉 러브? 그딴 건 복잡해서 잘 모르겠으니 논외로 하자.

 

열 전도성과 애정의 관계

 

공원에 놓인 벤치를 생각해 보자. 벤치도 종류가 많다. 여기 나무 재질의 벤치와 금속 재질의 벤치, 두 종류가 놓여 있다 치자. 아무도 앉지 않은 상태를 장시간 유지한 채 온도를 측정해 본다면 과연 두 벤치의 온도 차이는 어떨까.

정답은? 둘 다 똑 같다. 이미 답은 앞에서 살짝 언급한 열 에너지 안에 있다. 어차피 대기의 온도는 같고, 장시간 방치된 벤치들은 그 재질 여부를 떠나 열 에너지 이동을 통해 대기와 결국 열 평형을 이루었으니, 대기의 온도가 다르지 않은 이상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게 된다는 원리이다.

물론 이렇게 따지고 들 수도 있겠다. 금속 재질의 벤치에 앉으면 나무에 비해 분명 더 차갑게 느껴지는데 어째서 같은 온도일 수 있느냐 라며.. 그건 엄연히 다른 얘기이다. 이미 당신의 몸이 벤치와 한 몸이 되는 순간, 대기와 벤치 간 앞서 이루어졌었던 사랑의 관계 즉, 열 평형은 산산조각나게 되는 거고, 이후 당신과 벤치 사이에 새로운 사랑의 관계(열 에너지 교감)가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금속 벤치가 더 차갑게 느껴지는 걸까? 사람마다 맘에 드는 이성을 보았을 때 빠져드는 속도나 방법이 모두 다르듯이 세상 만물들도 사랑에 반응하는 속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나무 재질은 좋아하는 이성을 봐도 별 반응 없는 무뚝뚝한 남성인 거고, 반면 금속 재질은 이성을 보는 순간 확 빠져 들어 물불 가리지 않는 화끈한 남성인 거다. 과학적인 용어로 본다면 열 전도성의 차이이다. 금속의 경우 열 전도성이 높아 당신의 열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해 가기에 상대적으로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고, 나무의 경우엔 금속에 비해 열 전도성이 많이 낮은 편인 거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달아오른 경우나 뜨뜨미지근 서서히 달아오른 경우 모두 어차피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에 대한 관심이 식어 불꽃 튀는 열정은 어느덧 사라지게 되고, 그저 무덤덤한 사이가 되어 버린다. 자칫 권태기가 올 수도 있다. 우리의 피지컬한 사랑이 일반적으로 그러하지 않은가. 금속벤치에 처음 앉았을 땐 차갑게 느껴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나무벤치와 별 차이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과학적 원리로 따져 본다면, 당신의 체온과 벤치 사이에 뜨겁게 오고 갔던 열 에너지가 시간이 지나 결국 평형이 이뤄져 함께 차츰 식어가게 되는 것이다.

식은 사랑을 되돌리려면 어찌 해야 할까? 이론적으론 매우 간단하다. 물체에겐 열 에너지를 다시 공급해 주면 되고, 식어버린 남녀 사이엔 뜨거운 열정을 다시 불어 넣어주면 된다. 방법? 글쎄다. 그 이후론 플라토닉스런 게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답 그런 건 나도 모르지.

 

우유의 재발견

 

갈증이 느껴질 때 냉장고 안을 열어 우유가 있으면 물보다 우유에 먼저 손이 가곤 한다. 냉장고가 고장이 아니라면 안의 온도는 균일해야 한다. 따라서 안에 보관된 물과 우유 등도 이미 냉장고와의 상호 교감을 통해 열 평형을 이룬 상태이기에 위의 벤치의 경우처럼 온도가 같은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왜 우유가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도 과거 몹시 심했던 갈증을 우유로 해소한 좋은 경험이 몇 차례 있어, 그에 따른 조건 반사에 의한 결과 아닐까 추측만 해 본다.

그런데 평소 '완전식품'이라 칭해 온 우유가 실제 갈증 해소에 커다란 효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가 있긴 하다. 캐나다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실제로 운동시간이 길고 격렬할수록 물과 스포츠음료보다는 오히려 우유가 갈증 해소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단다.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앞으로 목이 마를 땐 이온음료나 물보다 우유를 흡입하도록 습관화 들이는 게 좋을 듯싶다. 물론 여기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유를 마셔대다간 앵겔계수 무지 높아질수 있다는 점 감수해야 한다.

아울러 우유를 둘러싼 각종 얘기들, 예로 우유는 젖소에게나 어울리는 식품이며,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와 '완전식품'이란 별칭은 낙농업자와 유제품 가공업자들이 만들어낸 거짓된 신화에 불과하다는 논리, 아울러 유제품에 포함된 동물성 단백질은 많이 섭취할수록 해로우며, 남성의 정자 생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심지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급식 식단에 매일 오르는 우유 공급도 결국엔 낙농업자와 우유생산업자, 정부, 학교가 다 함께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씁쓸한 이야기들은 일단 차치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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