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의 숨겨진 배려

새 날 2012. 12.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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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선의의 착한(?)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이 닫힘버튼을 안 누른다 하여, 이로 인한 직접적인 절전 효과를 건물주에게 안겨다 주진 않는다.

얼마 전 각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의 비밀'이란 내용을 살짝 들여다 보자. 엘리베이터의 닫힘버튼을 누를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력 소모가 더 클 것이란, 아무런 의심없이 어쩌면 너무도 당연시 여겨 왔던, 진리(?)는 여지없이 깨어지고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더라는 다소 허무했던 내용이다. 닫힘버튼을 누르면 미약하게나마 전류는 분명 흐를 테고, 그러다 보면 추가적인 전력 소모가 발생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을 터..

하지만 그로 인한 절전 효과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매우 미미한 바, 그럼 도대체 왜 그런 식의 속임수를 써 와야 했고, 또 그런 사실만을 믿고 친절하게도 닫힘버튼 안 누르기 행동을 적극 실천해 온 이용자들을 하루 아침에 멘탈이 털리게 하여 공분케 해야만 했던가 하는 것이다.

 

  닫힘버튼의 진실

 

그럼 이런 말도 안 되는 절전 캠페인(?)을 벌여왔던 건물주, 엘리베이터 제조사, 아울러 정부, 이들의 행동은 모두 대국민 훼이크였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해 보자. 물론 아니다. 이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닫힘버튼 누르지 마세요'란 스티커 속엔 사실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을 위한 아주 따뜻한 배려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럼 우선 닫힘버튼의 효과를 얘기함에 있어 가장 근간이 되는 절전 효과에 대해 언급해 보자. 닫힘버튼을 누르지 않게 되면 엘리베이터의 대기시간은 자연스레 길어진다. 이는 엘리베이터의 운행 횟수 감소로 이어져 운행 총량을 줄이게 되고, 결국 간접적인 절전 효과를 가져 온다. 더 나아가 운행 횟수 감소는 기계의 내구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수명 연장에도 한 몫 단단히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대표적인 국민성 '빨리빨리'를 고쳐 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숨겨져 있는 것은 덤이다. 무엇이든 빨리 처리해야만 하는 정신 없는 일상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만이라도 느긋함을 즐겨 보라 하는 아주 따뜻한 배려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빨리빨리'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다.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의 건강까지 고려한 세심함도 느껴진다. 느긋함을 참을 수 없는 조급한 분들이나 무척 바쁜 분들, 이들에겐 느려 터진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절대 부족하다. 이런 분들은 결국 비상계단을 이용하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니, 하체의 근력 운동까지 책임져 주는 센스가 정말 탁월하다는 느낌이다. 아울러 저층 이용자들에겐 자연스레 엘리베이터 이용을 포기토록 하여 계단을 이용하게 하니, 역시나 건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하겠다.

 

  닫힘버튼이 당신을 속일지라도

 

결국 저층 이용자나 성미 급하신 분들의 엘리베이터 이용 포기로, 운행 횟수는 더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며, 이는 더 많은 절전 효과를 건물주에게 안겨주는 결과가 되고, 가뜩이나 전력 부족으로 위기 발령을 밥 먹 듯하는 정부의 전력관리체계에도 큰 힘을 실어주게 되는 것이니, 이쯤 되면 닫힘버튼 안 누르기 캠페인의 완벽한 선순환 구조라 할 만하지 않겠는가.

 

최근의 엘리베이터들은 닫힘버튼을 눌러도 아예 말을 듣지 않게 설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자동으로 닫히는 시스템이기에 닫힘버튼 자체가 아예 유명무실해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결국 절전 효과는 물론이거니와 이용자들의 건강까지 고려한 따뜻한 배려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라며, 닫힘버튼이 우리를 비록 속일지라도 결코 화를 내거나 노여워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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