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까몽이를 그만 놓아주렴

새 날 2012. 5. 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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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여 쯤 되었을 겁니다. 우리집 막내애가 마트에서 이쁘다며 찜해둔 토끼, 결국 자신의 생일선물이 되었습니다, 한 놈은 외로울 듯해서 까만놈과 하얀놈, 모두 두 마리를 사주었지요. 이름도 붙여주었더군요. 까몽이와 희돌이.....

 

참 좋아라 했어요. 케이지가 작아 스트레스 받는다며 직접 재료를 구입해 넓게 증축도 해주었구요. 밥이 떨어지면 간식거리도 요것조것 맛난 것으로 챙겨주기도 하였구요. 특히나 까몽이는 희돌이에 비해 겁도 별로 없고 쾌활한 성격이라 애들이 더욱 이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날 아침까지만 해도 케이지 밖으로 나와 평소처럼 잘 놀던 까몽이가 저녁에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죽은 거예요. 막내녀석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까몽이가 이상하다고.... 눈은 떠 있고 숨은 쉬는 것 같은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는...

 

퇴근 후 토끼 상태부터 살펴보았죠. 안타깝게도 까몽이는 이미 숨져있었습니다. 손 쓸 겨를도 없었어요. 까몽이를 특히나 이뻐했던 막내애의 심리 상태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날 막내애의 카톡엔 까몽이사진과 함께 "아아 까몽아"란 프로필 내용이 올라왔어요.  이 프로필은 일주일 이상 유지되었던 듯합니다. 이후 평소의 밝은 프로필로 바뀌었고.... 

 

오늘 막내녀석의 프로필을 다시금 살펴보았습니다.  또 까몽이의 사진이 올라왔네요. 이런 글과 함께...

 

"ㅎㅎ 우리 까몽이"
이젠 웃으며 까몽이를 얘기할 수 있을 정도의 감정 조절이 가능해진 걸까요?

 

까몽이를 품에 안고 장난치던 막내녀석을 떠올리니 마음이 짠해지네요.ㅠㅠ  막내야~ 까몽이는 좋은 곳으로 갔을거야. 이제 그만 놓아주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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