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 '양자물리학'

새 날 2019. 9. 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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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오로지 몸뚱이 하나, 술집 삐끼부터 시작하여 20여 년을 유흥업계에 몸담으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온 베테랑 이찬우(박해수). 드디어 그가 평생을 벼려온 자신만의 가게를 오픈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에이스로 업계에서 이름깨나 알려져 있는 성은영(서예지)을 사업 파트너로 앉히는 수완도 발휘한다. 


화려한 개업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그의 클럽,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입하면서 이찬우의 사업장은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래퍼 프렉탈(박광선) 일행이 클럽에서 마약 파티를 벌인 정황이 드러난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 대표는 평소 친분이 있던 형사 박기헌 계장(김상호)에게 해당 정보를 흘린다.


하지만 단순한 마약 파티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만다. 해당 사건은 연예계는 물론, 정계와 재계 그리고 검찰까지 두루두루 연루돼 있는 거대한 스캔들임이 밝혀진다. 게다가 그동안 자신들이 벌여온 행각을 은폐시키기 위해 그들은 또 다른 범죄행위를 일삼아오고 있었다. 클럽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 이 대표는 오로지 클럽을 살릴 요량으로 그들과 정면으로 맞서는데..



영화 <양자물리학>은 유흥업계에서 바닥부터 다지며 성장해온 이찬우가 새롭게 자신의 클럽을 개업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사업장에서 연예인들의 마약 파티가 벌어지고 거대 세력이 연루되어있음이 밝혀지면서 그가 이들에 직접 맞서 싸우는 범죄 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평소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는 양자물리학의 이론을 신념처럼 떠받들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온 인물 이찬우. 그의 영업 철학은 명확했다. 자신의 영업점에는 그 어떠한 종류의 탈세나 불법 행위도 절대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한 방식으로 클럽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와 친분이 깊었던 형사 박기헌 계장도 원리 원칙을 고수해온 인물로서 이찬우와 비슷한 신념을 지녔다. 박 계장은 윗선의 끊임없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부패 권력의 흔적을 쫓고 뒤를 캐는,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을 법한 청렴한 경찰상으로 그려진다. 


마약 파티의 정황을 파악하고 그 뒤를 파헤치던 두 사람은 이번 사건이 큰 사회적 파장을 낳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게 된다. 연예인들의 단순한 일탈로 받아들여지던 사건이 어느덧 정계와 검찰을 넘어 조폭까지 연루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양자물리학>이라는 제목 때문에 무언가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는 제목과 전혀 관계가 없는 흔하디흔한 범죄액션 장르의 작품이었다. 


몇몇 장면과 설정은 마약과 성 상납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클럽 ‘버닝썬’ 사건을 연상시킨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속에는 버닝썬을 상징하는, 1억 원을 호가하는 ‘만수르 세트’가 등장하는 등 버닝썬을 직접적으로 비유한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로 일부 장면이 버닝썬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 <양자물리학>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버닝썬은 얼마 전 마약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현재 폐쇄된 상태다. 


진중함을 걷어내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선을 모은 박해수의 색다른 변신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를 통해 선보인 속사포처럼 가벼운 말투는 그에게 ‘이빨 액션’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안겨주었다. 김상호는 청렴 경찰 박기헌의 역을 맡아 내공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김응수, 변희봉, 이창훈 등 악역들의 연기 또한 흠 잡을 데가 없다. 


특히 근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과거 출연했던 영화의 일부 장면들이 ‘인터넷 밈’화되며 때 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폭 사업가 정갑택 역의 김응수는, 이번 작품에서도 대사를 툭툭 내던지는 듯한 재치 있는 특유의 말투로 관객들의 웃음 대부분을 책임진다. 



조폭과 검찰 그리고 얼기설기 얽힌 정계와 재계의 관계, 사건 은폐를 위해 가해지는 온갖 범법 행위들. 이러한 영화 속 이야기는 범죄 액션 장르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실체를 담아내고 있는 까닭에 많은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버닝썬 사건 등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답답함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거대 악의 세력에 맞서 자신만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내고 뒤틀린 현실을 통렬하게 비트는 비주류들의 당찬 모습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기에 충분하다.



감독  이성태  


* 이미지 출처 :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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