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몸에 좋은 운동은 즐겁지도 재밌지도 않다

새 날 2019. 4. 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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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은 ‘유리 몸’에 가깝다. 헬스장 내에 있는 도구나 장비를 활용하여 운동을 하다 보면 틀림없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기곤 했다. 가령 아령을, 그것도 가장 가벼운 놈을 들고 근력운동을 하면 다음날 손목 부위가 아파왔다. 실내 자전거를 타다보면 이번에는 손목은 물론, 발목 부위까지 이상이 발생하곤 했다.

상대적으로 가장 만만하게 받아들여지는 러닝머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가볍게 걸으면 큰 무리가 없었으나 조금 속도를 높이다보면 아킬레스건에 무리가 왔다. 그러다 보니 조금 욕심을 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세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내 몸뚱어리가 애초 그렇게 생겨먹은 이유가 한 몫 단단히 거드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헬스장을 벗어나보면 어떨까? 그래서 이번에는 자전거 타기에 도전해보았다. 동네 천변을 따라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한강까지 쭉 이어져 있어 자전거 운동에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한강 주변을 달릴 때마다 얼굴을 간지럽혀오는 바람은 상쾌함 그 자체였으며, 안구를 정화시켜주는 주변 풍광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온통 땀 냄새에 절은 실내 공간에 비하면 야외에서 즐기는 운동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그러고 보면 자전거만큼 쾌적한 운동도 참 드문 듯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운동인들 자신의 몸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죄다 부질없는 노릇이었다. 안타깝게도 자전거 역시 나의 유리 몸에는 무리였다. 조금 오랜 시간을 자전거와 함께하다보니 고질병이 재발하고 말았다. 손목 부위가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령을 들었을 때 아팠던 바로 그 부위였다. 결과적으로 볼 때 내 몸엔 장비나 도구를 활용하는 운동은 맞지 않았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독으로 다가왔다.


ⓒpixabay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운동 방식을 찾는 건 건강관리에 있어 어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운동을 무작정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가장 적합한, 그러니까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운동을 찾고 이를 선택해야 함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나에게는 결국 장비나 도구의 도움 없이, 그리고 어디에서든 쉽게 운동이 가능한 걷기와 뛰기가 가장 적당한 것으로 낙점됐다.

사실은 걷기가 가장 좋은데, 안타깝게도 이것만으로는 운동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은 게 유일한 흠이었다. 그래서 절반가량은 뛰기를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웬만한 일들은 반복하다 보면 수월해지고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걷고 뛰기 운동만큼은 그로부터 예외인 것 같았다. 거의 매일 반복하고 있으니 이젠 좀 가벼운 느낌이 들어야 할 텐데, 운동을 할 때마다 여전히 힘들고 괴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달리는 도중 당장 멈추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매번 이를 악물고 달려야했다.



혹자는 몸에 좋은 약이 입맛에 쓰듯이 단언컨대 ‘몸에 좋은 운동은 즐겁고 재밌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귀가 솔깃해지는 대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내가 선택한 운동은 이 조건에 너무도 잘 맞아떨어진다. 즐겁고 재밌기는커녕 정말 괴롭고 하기 싫어 미칠 지경이니 말이다.

수 년 전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을 측정한 결과 고혈압 경계선에 위치하는 수치가 나왔던 내게 담당 의사는 꾸준히 운동할 것을 조언해준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 나의 혈압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면 난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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