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주윤발이 전 재산을 기부한 원동력은?

새 날 2019. 1. 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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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부모님께 받은 것이었음에도 1년 동안 착한 일을 많이 한 덕분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부터 눈도장을 찍게 되었고 그래서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선물은 내게 큰 기쁨 가운데 하나였다. 비단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받는다는 건 꽤나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덧 폭풍 성장하고, 내 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나이가 되고 보니 받는 일도 즐겁지만 그보다는 건넬 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잠들어 있는 사이 까치발을 하고 머리맡에 몰래 크리스마스 선물을 놓고 나올 때의 두근거림, 그리고 다음날 아이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지켜보는 일은 세상 어느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돌이켜보니 우리 부모님께서도 나 어릴 적 머리맡에 선물을 놓으시면서 얼굴에 한가득 미소가 머물렀을 생각을 하면 괜스레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 선물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받는 일은 늘 행복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받을 때보다 건넬 때 되레 행복감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나는 한 세대가 훌쩍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렇게 아둔하고 미련한 존재라니,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고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리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학자들이 있단다.


ⓒ한겨레


한겨레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와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들이 실험한 결과 인간의 심리 기제는 아무리 강한 감정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그러드는 경향이 있는데, 즉 특정한 경험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것이 반복될수록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른바 '주는 기쁨'을 통해 얻는 행복감은 예외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해당 실험결과는 미국 심리과학협회 저널 '심리과학'에도 소개됐다.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반복해서 다른 사람에게 같은 선물을 주는 사람은 같은 선물을 반복해서 받는 사람에 비해 행복감이 줄어들지 않거나 훨씬 더디게 줄어든다."

최근 홍콩 배우 주윤발이 영국 신문 '제인 스타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8천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나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등 세계적 부호들이 앞다퉈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노라는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사실들이다. 연예인들의 자선과 기부도 그다지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 자숙을 끝내고 활동 재개를 선언한 가수 김장훈은 그동안 200억 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왔다. 덕분에 그는 기부천사 연예인이라는 별칭도 얻고 있다. 


MBC 영상 캡쳐


배우 장나라 역시 그녀의 이름으로 모금에 나서거나 직접 기부한 액수만도 무려 13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독특한 사연도 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최근 재조명 받고 있는 IMF 외환위기, 당시 가수 김건모는 순금 182돈을 금모으기운동에 기부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새삼 화제를 모은 바다.



위에서 언급된 인물들이 이토록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데엔 그들이 유명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보통사람들 같았으면 결코 행하기 어려운 일을 선뜻 자청했기 때문일 테다. 아울러 이들이 쉽지 않은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과 이유 역시 각기 다를 테지만, 앞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는 심리적 반대급부인 바로 그 행복감이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테다. 이 때의 행복감은 바로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여주고 자신의 사회적 평판에 도움을 줄 때 누리게 되는 성질의 것이다.


ⓒ한국경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율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속내를 살펴볼 경우 기부단체의 신뢰성이 떨어져 기부를 기피하게 되었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제법 된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모금 액수가 목표액에 얼마나 근접했느냐에 따라 온도로 표시되는 사랑의 온도탑(광화문광장)은 지난해 마지막날 59.5도에 머물렀다. '주는 기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기부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리는 일이 급선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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