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왜 자율주행차량에 돌을 던지나

새 날 2019. 1. 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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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반 무렵은 산업 혁명이 발흥하던 시기이다. 이로 인해 방직업과 양모공업을 중심으로 기계가 우위를 점하게 되자 공장에서 제조직에 몸담고 있던 노동자계급이 대량으로 실직하게 되거나 임금 수준이 크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빈곤으로 내몬 원인이 기계에 있다고 판단, 기계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러다이트운동'이다. 1811∼1817년 영국의 공장지대에서 일어난 노동자에 의한 기계파괴운동이다.


5G시대다. LTE에 비해 최대 20배나 빠른 통신 속도 덕분에 사람과 사물, 그리고 온갖 기기 따위가 지체 없이 연결되는 초연결시대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우리의 일상은 급속도로 이에 맞춰질 것으로 짐작된다. 많은 교통량 때문에 늘 지정체를 반복하던 2차선 도로가 그의 20배인 40차선으로 넓어졌다고 한 번 가정해보자. 얼마나 많은 일들이 가능해지겠으며, 그에 따라 생산성은 또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이렇듯 첨단기술을 뒷받침하게 될 인프라의 발빠른 구축은 4차산업혁명을 성큼 앞당기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새롭게 선보이는 기술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견됐던 산업의 발전이 도리어 인간을 궁지로 내몰아 이른바 러다이트운동 같은 기계파괴운동으로 발현됐듯이 초연결시대로 지칭되는 기술 발전의 이면에도 역시나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일부 시민이 자율주행차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의 가능성에 대한 반발로 자율주행 시험차량을 공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미국발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의 지난 1일자 보도에 따르면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애리조나주 자율주행차 시험운행 과정에서 최소 21건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 보면 자율주행 시험차량에 다가와 날카로운 흉기로 타이어를 훼손시키거나 차량에 돌을 던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권총으로 자율주행 시험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를 협박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결과가 표면적으로는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단순한 반감을 드러낸 행태로 보이지만, 그 속내를 들춰 보면 결국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운동과 닮은 꼴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21세기 러다이트운동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웨이모블로그


우리라고 하여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 사람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가고, 여전히 택시기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카풀 이슈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재진행형인 21세기형 러다이트운동이라 할 만하다. 5G시대의 개막으로 초연결시대는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렇듯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삶을 더욱 안락하고 풍요롭게 해준다. 카풀 서비스 역시 이러한 기술 발전이 낳은 필연적인 산물에 가깝다. 세상이 끊임없이 진보하는 주체임이 분명하다면 작금의 변화는 결국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가 없다는 의미다.


다만, 아무리 기술이 좋다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안착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러다이트운동에 대해 훗날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가는 다음과 같다. 노동자계급이 빈곤하게 된 원인은 기계의 등장이 아니라 자본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와 노동의 착취, 즉 애초 자본주의제도가 지닌 모순임에도 당시의 노동자계급은 이 모순을 알지 못하였기에 엉뚱한 기계에 화풀이한 것이라고.



짐작컨대 자율주행차량에 돌을 던지며 반감을 드러내던 사람들이나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는 택시기사들에게도 내용은 비록 다르겠지만 러다이트운동의 상징성은 애써 무시한 채 그 성격상 비슷한 평가를 내릴 것 같다. 실제로 사회 일각에서는 평생 택시 운행만 하다가 어느덧 노쇠해진 택시기사들이 생존 위협을 호소해오자 기술 발전에 따르는 변화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작금의 논란을 결국 모두 이들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


카풀 서비스를 계획 중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개인택시 기사 연령은 60세 이상에서 65세 미만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으며, 법인택시 기사의 경우 55세 이상에서 60세 미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에서 근무 중이라면 벌써 정년퇴직을 하고도 남았을 고연령대다.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계급이 평생 노동밖에 모르다가 기계에 의해 밀려나게 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택시기사들이 60세가 넘을 때까지 평생 택시만 몰아왔는데, 작금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매몰차게 분석한 것처럼 방직기계 자체가 원인이 아니고 자율주행차량 자체가 원인이 아님을 진짜로 몰라서 기계를 부쉈고 또한 차량에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죄 없는 자율주행차량에 자꾸만 돌을 던지려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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