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차라리 담배를 판매하지 말라

새 날 2019. 1. 1. 15:37
반응형

2019년 새해 들어서면서 금연구역이 더욱 확대된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전국 5만여 곳의 유치원과 어린이집 부근 10미터까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유치원의 출입구 등 주변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연기가 창문 틈으로 들어와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러한 조처가 취해진 것이다. 비흡연자의 한 사람으로서 금연구역의 확대는 매우 반겨할 만한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전혀 달갑지가 않다.


지난 2015년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 조치했다. 뿐만 아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음식점 등 실내에서의 전면 금연 조치도 시행됐다.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실내외 금연구역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와중이다. 그렇다면 이들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국민 건강은 실제로 점차 나아지고 있는 걸까? 적어도 실내에서의 금연 행위만큼은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음이 분명하다. 다만, 예측됐던 대로 이로 인한 풍선효과가 만만치 않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흡연자들이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이면도로 및 주택가 골목길 등은 온통 너구리굴에, 아수라장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길을 걸으며 피우는 이른바 '길빵'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내에서의 간접흡연은 용케 피했으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진격해오는 흡연 테러는 피하려 해도 피해갈 수가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실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담배를 피울 곳이 마땅치 않게 되자 빚어진 결과물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비흡연자들의 불만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반면 정부의 정책 기조는 완강하다. 금연에 방점이 찍혀 있다. 흡연자로 하여금 금연을 유도하는 정책만 펼 뿐 이들의 흡연권 보장을 위한 정책적 배려에는 지극히 소극적이다. 물론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겠노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는 눈물 나도록 고마운 일임이 분명하다. 다만, 비대칭의 단 방향 정책으로 인해 비흡연자들에게 가해지는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이를 호소하는 사례가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이를 외면하는 게 과연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결과인가는 의문스럽기 짝이 없다.


ⓒ뉴시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전국 780개 4년제 대학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186개 대학이 완전 금연을 실시하고 있으며, 5%인 37개 대학은 일부 캠퍼스의 금연을 시행하고 있단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풍선효과는 나타나고 있었다. 금연 조치 이후 흡연자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폭증한 것이다.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학교의 위상 제고를 위해 실시하려던 전면 금연이 도리어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대학의 이미지마저 실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자 대학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국 흡연을 부활한 대학이 적지 않으며, 그밖에 많은 대학들이 전면 금연 조치를 철회하고 흡연 가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비록 대학가에 국한된 사례이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일본 대학 당국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며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 크다.



나는 비흡연자인 까닭에 솔직히 흡연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비싼 담배 가격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재정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은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기에 흡연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작금의 정책 방향은 무언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앞서도 밝혔듯 정책의 단 방향성이 되레 비흡연자들에게까지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를 불러오게 하고, 더 나아가 흡연자와의 갈등을 야기하는 등 사회의 안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흡연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비흡연자까지 피해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하여 국민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바에야 애초 정부가 바라마지 않던, 모두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깨끗하고 건강한 국가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담배를 판매하지 말라. 정작 국민 건강에 몹시 해로운 담배를 판매하면서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겠노라는 이율배반적이고도 모순적이기까지 한 허튼소리는 당장 집어치워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