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네안데르탈인 복원이라는 발칙한 발상

새 날 2013. 1. 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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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학창시절, 우린 유인원처럼 약간 우습게 생긴 친구들을 보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란 별칭으로 놀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보다 조금 덜 우습게 생긴 친구들에겐 '크로마뇽인'이라 부르기도 하고 말이지요.   아 물론 요즘이야 뭐 워낙 많은 종류의 캐릭터들이 있으니 그에 따른 별칭들도 무척이나 다양하게 존재하겠지만서도요.

크로마뇽인과 함께 구석기 시대를 풍미했던 인류 조상 네안데르탈인의 외모도 지금 보아 하니 그리 만만치는 않은 것 같더군요.  그런데 첨단 생명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이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하려 한, 조금은 황당한 발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려 한 교수가 있어 화제입니다.

약 3만 3천년 전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을 복원하겠다며 최근 대리모를 구한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하버드대의 조지 처치 교수, 하지만 본인 스스로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서 결국 해프닝으로 끝날 듯한 분위기이긴 합니다.  글쎄요 저는 이 교수가 부러 논란을 부추긴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요.  그렇다면 여러 목적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겠지요.

 

그는 앞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뼈에서 복원이 가능한 수준의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를 줄기세포에 이식한 뒤 여성 자궁에 착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발언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자 그는 하루만에 현대 과학 수준에서는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뒤집어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의중이 과연 무엇인 건지 급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 해프닝을 보며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가 꿈꾸어 왔던 영화 '쥬라기공원'의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쥬라기공원'을 만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는데요.  지난 2008년 일본에서는 16년간 냉동돼 있던 죽은 생쥐의 뇌세포 핵을 다른 정상 난자 세포에 이식하는 핵치환 방식으로 복제하는 데 성공합니다.  향후 매머드 등의 복원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 것은 물론이었겠구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최근 황우석 박사팀이 매머드 복원 의욕을 밝히며, 러시아의 연구팀과 협약을 통해 실제 매머드의 양호한 DNA조직을 찾아내었고, 이를 통해 현재 매머드 복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물론 이를 실현함에 있어선 크고 작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실제 복원까지는 갈 길 먼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쥬라기공원'의 실현, 즉 아주 오래 전 멸종된 생물의 복원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연구 결과도 있어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일반인의 시각으로는 여전히 헷갈리기만 합니다.  지난해 뉴질랜드 과학자들에 의해 유전자의 파괴 속도가 무척 빨라 오래된 멸종생물로부터 사용 가능한 유전 물질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유전자는 온도, 물, 토양 속 화학물질 등 외부 영향에 의해 파괴되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실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기 위해선 150만년 이내, 영하 5도 이하에서의 보존이란,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 성립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무려 6500만년전 멸종되었던 티라노사우루스를 복원하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1만년 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의 사체는 주로 북극권의 추운 지방에서 발견되기에 상태가 매우 양호하여 훼손되지 않은 DNA 추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완벽한 DNA 추출이 이뤄졌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습니다.  매머드와 가장 근접 종인 코끼리를 대리모로 구해야 하는데, 동종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코끼리 간의 번식도 어려운 상황에서 매머드의 번식에 코끼리의 난자를 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입니다.  더 나아가 코끼리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매머드의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주입하여 핵 치환에 성공했다손 쳐도 0.5%의 남은 코끼리 유전자 때문에 자칫 자궁착상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합니다.  무엇보다 매머드를 실제 본 일이 없어 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점이 매머드 복원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기도 합니다.

521년의 유전자 반감기는 질 좋은 DNA의 추출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혹여 운 좋게 네안데르탈인의 양호한 DNA를 추출했다 하더라도 매머드의 예처럼 이를 실제 복원하기까진 넘어서야 할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대리모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은 증폭되리라 예상됩니다.  때문에 아직 멸종동물들의 복원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류의 조상을 먼저 현대로 불러오겠다는 발상은,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무척이나 황당하기조차 한 게 사실입니다. 

인류는 곳곳에 남겨진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을 통해 그들의 두뇌 크기가 작고, 키도 160센티미터 정도로 왜소하며, 체질상 추위에 강할 것으로 분석,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생 인류에 비해 많은 측면에서 함량 미달이라 예상되고 있긴 합니다만. 매머드처럼 실제 본 일이 없기에 만일 실제 복원되어 나타난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예상을 철저하게 빗나간 매우 강인한 존재라면?   

영화 '혹성탈출'에서 인류와 맞짱뜬 유인원들마냥 다시 이 땅에 등장한 원시인들과 현생 인류 간 생존을 위한 격한 다툼의 발생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이번 네안데르탈인 복원 프로젝트는 공상과학영화의 소재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매우 발칙한 발상이라 생각되어집니다.  아 물론 인류는 이러한 '발칙함'을 통해 계속 진화 발전해 가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요.

관련  하버드대 교수 "'네안데르탈인 복제설' 사실 무근" / '쥬라기 공원' 실현 불가능한 꿈…유전자 반감기 521년 / 황우석 ‘쥬라기 공원’ 성공할까?…매머드 복원에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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