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소년법의 개정 혹은 폐지를 주장하신다고요?

새 날 2018. 12. 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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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한 중학생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하여 숨진 사건은 어른들의 잘못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이 사건을 유심히 살펴볼수록 안타까움은 배가되며, 더불어 많은 논란거리들이 쏟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10대 범죄에는 소년법이 적용되는 까닭에 잔혹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 학생들이 성인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될 공산이 커지자 소년법 개정 내지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포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저출산 여파에 따라 학령인구는 급속하게 줄어드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갈수록 늘어나면서 싫든 좋든 이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통해 불거졌듯이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계층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해야 하는 까닭에 작금의 현실은 사회적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소로 자리 잡을 공산이 매우 크다.



아이들의 범죄 행각은 성인의 그것을 완전히 빼닮았다. 만만한 약자들을 골라 고립시키고, 이내 괴롭히기에 들어간다. 한 번 약자로 낙인 찍힌 아이들은 영원히 그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처럼 외모가 조금 특이하거나 말이 어눌하고 덩치가 왜소한, 상대적으로 다루기가 만만하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이 주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요즘 아이들이 인싸 아싸 구분짓기 놀이에 푹 빠져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물론 주류에 편입되고 싶은 욕망은 일종의 생존본능인 까닭에 이 자체를 탓할 수만은 없다. 다만, 이 어린 아이들의 행태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결국 어른들로 귀결되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근거로 살펴보자면, 사건이 있던 당일 새벽 2시경 피해자는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피해자는 전자담배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가해자가 이를 빼앗은 뒤 돌려주겠다고 꼬드겨 사고가 발생한 옥상으로 유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기사 캡쳐


이러한 내용을 눈으로 읽거나 직접 보고서도 어떤 누구 하나 나서서 어른들의 잘잘못을 따지며 지적하지 않고 있는 건 우리 사회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음을 입증한다. 되레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만 주구장창 들려온다. 과연 소년법의 개정 내지 폐지가 정답일까? 그 전에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부터 살펴 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현재 모습은 결국 어른들의 그것이 투영된 형태일 테니 말이다.


이 아이들은 중학생으로서 우리 나이로 14세다. 아직 미성년자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밤 10시 이후 피씨방의 출입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게임물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피씨방 사업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청소년을 출입시킬 수 있다. 하지만 14세에 불과한 피해자는 새벽 2시에 피씨방에 앉아 버젓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계도해야 할 어른들이 돈 욕심 때문에 이를 묵인했기 때문이다.



심야 시간에 아이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함이 옳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범국가적 조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듯 구멍투성이다. 숭숭 뚫려 있다. 만일 어른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법을 잘 따랐더라면 피해자나 가해자가 그 심야시간에 엉뚱한 곳을 전전하면서 괴롭힘을 가하고 당할 만한 공간 내지 기회 자체가 아예 없었을 테고, 그랬더라면 아마도 작금의 비극으로까지 확산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뿐만 아니다. 14세의 아이가 전자담배를 버젓이 들고 다니는 데도 이에 대해 뭐라 하는 어른 역시 아무도 없다. 비단 피해자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근래 청소년들의 흡연 행태가 얼마나 공공연하게 이뤄지는지는 모두가 알 만한 사실이다. 에전에는 그나마 어른들이 흡연 행위를 말리거나 쫓아내기라도 했으나 근래에는 그럴 만한 분위기가 결코 못된다. 교복을 입은 채 버젓이 입에 담배를 물고 다녀도 뭐라 하는 어른이 없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가 14세에 불과한 아이의 손에까지 자연스레 전자담배가 쥐어지게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


ⓒ아시아투데이


사실 아이가 전자담배를 들고 다닌다면, 이를 구하게 된 경로를 추적하여 아이에게 담배를 판매한 어른들을 혼내주어야 하겠지만,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잘잘못을 따지는 이들이 없다. 심지어 경찰도 나 몰라라 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을 발견하면, 어떤 절차를 거쳐 담배가 불법적으로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게 된 것인지 이를 낱낱이 밝혀내어 잘못한 어른들에게 철퇴를 가해야 함에도 나서는 어른이 아무도 없으니 아이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길거리를 방황하면서 어른 흉내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고 싶은가? 작금의 괴물을 만든 건 결국 어른 아니었던가? 어른들이 약자를 향해 편가르기와 낙인찍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즉 인싸 아싸로 나누는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들이 이를 따라할 리 만무하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특정 영업 공간의 영업 시간을 어른들이 제대로 준수했더라면 아이들이 심야 시간에 방황하면서 몹쓸 짓을 벌이거나 모의할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아울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담배나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를 빼앗거나 돌려주는 사태도 애초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따라서 옥상에 올라갈 일도 없었을 테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잘못을 고스란히 답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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