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자극적인 소재로 피로감 증폭시키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새 날 2018. 11. 3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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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 사이에서 포방터시장의 홍탁집 아들은 역대급 빌런으로 지칭되곤 한다. 이 프로그램이 최근 들어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시청자들의 짜증과 호기심을 동시에 유발해 오면서부터다. 덩달아 시청자들의 관심도도 부쩍 높아졌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1부 8.7% 2부 8.9%(닐슨코리아 집계)로 8개월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쯤 되면 시청자들을 이 프로그램에 제대로 묶어놓은 셈이니 연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이날 방송된 '포방터시장' 네번째 이야기의 관심은 단연 홍탁집 아들에게로 집중됐다. 지난 회에서 홍탁집 아들은 백종원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며 간청했고 분명하게 달라질 것임을 약속했다. 이를 지키기 위해 백종원이 부여한 과제들을 하나둘 차례차례 수행,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 몸소 보여주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 홍탁집을 찾은 백종원은 도리어 분노가 솟구치고 만다.



달라질 것이라고 굳게 약속한 아들은 여전히 냉장고속 재료가 무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더구나 닭 자르는 연습을 수없이 반복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자른 닭이 몇 토막인지조차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그가 그동안 백종원에게 보내온 인증샷은 다분히 형식적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은 홍탁집 아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작정한다.



어머니의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서 장사해볼 것을 권한 것이다. 이날 그는 조보아의 홀 서빙 도움으로 닭볶음탕 3개를 판매했지만, 조리 과정이 익숙지 않은 탓인지 꽤나 오랜 시간을 지체해야 했다. 맛은 그렇다 쳐도 조리 시간에서 이미 완패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손을 데이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이래저래 심난해하던 홍탁집 아들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백종원의 호통, 홍탁집 아들의 약속, 그리고 이행, 또 다시 호통, 약속, 이행.. 눈물. 비록 연출일지언정 이렇듯 지난한 과정은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백종원이 제공하는 솔루션은 조리 및 요식업 창업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느덧 인간 개조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물론 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이제껏 그가 대중들에게 보여온 역량은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대단한 성질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현재 그가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영역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하다. 다만 근래 이 프로그램은 백종원의 능력이나 역량과는 별개로 왠지 갈 길을 잃은 느낌이다. 옆 길로 샌 것 같다.



작금의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흡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몇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자극에 기대고 싶어하는 듯한 면모마저 읽힌다. 어느새 40회를 넘어서면서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시청률이 교착 상태에 빠져들자 이를 끌어 올리기 위해 무리수라도 둔 걸까? 일단 홍탁집 아들을 개조하는 과정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자극을 극대화함으로써 시청자로 하여금 관심을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 역으로 시청률을 높이는, 막장 드라마의 기대 효과와 판박이다.



프로그램 속에서 남발하는 각서 또한 그의 연장선쯤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방송에서 백종원은 돈가스집에 각서를 하나 써주었다. 메뉴를 크게 줄이는 바람에 매출이 감소할 경우 백종원이 이를 책임지겠노라는 내용이다. 돈가스집 메뉴판 옆에는 해당 각서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다. 아울러 아직 방송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홍탁집 아들이 자필로 쓴 각서가 해당 점포에 내걸린 사진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 벌써부터 떠돌아 다니고 있다.


각서란 법률행위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며, 각서인의 귀책사유가 발생할 시 전적으로 책임지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증명하는 양식이다. 물론 이는 본래의 의미와는 관계없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임이 분명하다. 최근 해당 프로그램은 본질에 충실하기보다 이처럼 곁가지에 해당하는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임과 동시에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프로그램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격을 높이는 방송은 진정 불가능한 걸까?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인터넷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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