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번잡하고 지루한 판타지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새 날 2018. 11. 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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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법부에 붙잡혀 있던 가공할 위력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극적인 탈출에 성공한다. 예상대로 마법사 사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가 순혈 마법사의 세력을 규합,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고 있으며, 서서히 그의 마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주드 로)는 뉴트(에디 레드메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를 받아들인 뉴트는 유럽으로 이동, 제이콥(댄 포글러), 퀴니(엘리슨 수돌), 티나(캐서린 워터스턴) 등과 차례로 재회,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찾아나서는데... 


이 작품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격인 '신비한 동물사전'의 2편에 해당한다. 해당 시리즈물은 2016년 1편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5편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2편의 첫 신은 관객의 혼을 홀딱 빼놓을 만큼 그린델왈드의 요란법석한 탈출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요소는 마법사들의 화려한 마법쇼가 상영시간 내내 스크린을 가득 메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후 몇몇 종의 동물들이 간간이 스크린 위에 등장할 뿐, 기승전결의 결에 해당할 법한 그린델왈드의 연설 신이 펼쳐질 때까지 다소 복잡하고 지리멸렬한 내용이 이어진다. 물론 탄생 배경 등 온통 신비주의로 둘러싸인 캐릭터 크레덴스를 곁에서 밀착하여 따라붙는 한국 배우 수현이 스크린 위에 간혹 모습을 드러낼 때면 관람에 더욱 집중하게 되지만, 결국 대사 몇 마디 없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배역으로 인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둔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짐작컨대 전작인 '신비한 동물사전'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보는 내내 혼란을 겪었을 줄로 안다.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고, 복잡하게 얽힌 배경과 관계들로 인해 이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하기 때문이다. 불친절한 영화다. 때문에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 하나만을 믿고 서사와는 관계 없이 그저 눈과 귀만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려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몇몇 장면에서 거대하고 화려한 스케일의 액션 신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구도에서 봤을 때는 생경하고 복잡한 캐릭터들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가 서사의 주를 이루고 있기에 볼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 제목 그대로 신비한 동물이라도 실컷 구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본전을 뽑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더러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신비한 동물이 그다지 신비하지 않게 다가온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대목이다. 아쉽게도 지구상에 현존하는 동물들의 생김새를 요모조모 합성해놓은 듯한 형태가 전부이니 말이다. 



뉴트는 동물 및 식물과 교감을 잘 이루며, 보통 사람들과 달리 권력욕도 없는 순수한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는 점 때문에 덤블도어로부터 마법사 세상을 구원하는 인물로 낙점을 받게 된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뉴트는 동물성이라곤 일절 없는 식물성 남성으로 그려져 있다. 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영화 '대니쉬 걸'에서의 여성성이 다분했던 캐릭터 릴리를 자꾸만 연상시키게 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혹자는 이 영화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설정을 위반하는 내용 때문에 해당 시리즈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화를 돋우게 하고,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며 혹평한다. 또 다른 이는 영화속 몇몇 배경과 장면 때문에 인종주의와 파시즘에 기대고 있다며 감독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판타지 장르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한 볼거리 등의 재미가 배제돼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신비한 동물들'이라도 실컷 볼 수 있었다면 그나마 위안으로 다가왔을 텐데, 이마저도 실망감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감독  데이빗 예이츠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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