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새 날 2018. 11. 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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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한 뒤 15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작 중학생에 불과한 또래 아이들은 어쩌다가 이런 끔찍한 범죄 행위를 저지르게 된 걸까? 요즘 아이들이 유독 문제투성이라 그런 걸까? 그러나 청소년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것이 아니다. 일찍이 5000년 전에 이미 '요즘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며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일갈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숨진 학생의 가정환경 등 배경부터 살펴 봐야 할 것 같다. 


숨진 아이는 엄마가 러시아인으로, 이른바 다문화가정의 자녀였다. 엄마와 단 둘이서 생활하는 한부모가정이기도 했다. 요즘 말로 치자면 '인싸'가 아닌 '아싸'에 가깝다. 여기서 '인싸'란 조직이나 또래 집단에서 잘 어울리고 유행에 앞서간다는 인사이더의 줄임말이며, '아싸'란 아웃사이더의 줄임말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숨진 학생은 초등학교에 재학 중일 때부터 또래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왔단다. 이번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 녀석들이 어쩌다가 이런 흉악한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된 걸까?


우리는 어떤 무리에 속해 있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편가르기를 통해 소수자를 규정하고, 이들 소수 무리에 속하는 약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공격을 가함으로써 스스로 인싸임을 공공연하게 과시하곤 한다. 일종의 생존 본능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혐오 행위가 단순히 말이나 글의 단계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혐오적 표현은 소수자 혹은 약자로 규정 지음과 동시에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게 하고, 더 나아가 보다 직접적인 증오범죄로 확산되곤 한다. 혐오표현이 근절되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번에 숨진 아이 역시 또래들로부터 평소 러시아 사람이라는 놀림을 당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서 그쳤을 리 만무하다.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연결되는 게 수순이기 때문이다. 집단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은 숨진 아이 소유의 패딩 점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있던 그날 숨진 아이로부터 빼앗아 입은 것이란다. 사건 당일 구속되는 바람에 미처 갈아입지 못해 이 같은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평소 숨진 아이를 향한 괴롭힘이 어떤 수준이었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즉, 중학생 아이들이라고 하여 치기 어린 행동으로 받아들여서는 결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는 엄연히 증오범죄의 범주에 속한다.


다문화가정, 그리고 한부모가정이라는 현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 그러니까 다문화가정도 아니며 한부모가정도 아닌 아이들에게는 인싸와 아싸로 구분 짓기에 더없이 훌륭한 표적이었던 셈이다. 다수에 속하는 인싸가 소수이자 약자인 아싸를 자신의 무리와 구분 짓고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행위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라고 하여 다를까? 약자를 향해 거침없이 혐오표현을 일삼아 오던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을 통한 차별 행위를 넘어 어느덧 집단 폭행이라는 증오범죄로까지 이어져 결국 숨지게 하고 만 것이다. 


ⓒSBS


근래 초등학생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인싸'가 되고자 하는 이른바 인싸 문화가 곳곳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방에서 온통 인싸 타령을 하다 보니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기막힌 상술까지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인싸템, 즉 인싸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아이템이라며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업체들이 부지기수다. 집단의 구성원들을 인싸 아싸로 구분 짓고, 그로 인해 빚어지는 현상들이 얼마나 심각한 폐해를 낳는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물 들어올 때 노 젓겠노라는 얄팍한 상혼으로 무장한 일부 어른들이 유행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얼마나 부족한지는 '인싸'를 해석해놓은 인터넷 백과사전 류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나무위키'에 언급돼 있는 것 하나를 사례로 들어보자. 내용 중 다음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인싸가 디폴트이고 아싸가 특이한 경우이다 보니..' 이는 소위 집단지성이라 일컬어지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소수자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의 일단을 읽히게 하는 대목이다. 개인마다 취향이 서로 다르듯이, 아울러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각기 존재하듯이, 그저 서로가 다른 것뿐인데, 인싸와 아싸 가운데 어떤 하나는 디폴트이고 그 나머지는 특이한 집단으로 인식한다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가.  


최근의 인싸 문화 확산이 우려스러운 건 상업성을 지나치게 내세운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가뜩이나 다양성이 부족한 우리 사회이거늘 이번에 발생한 인천 또래 집단 폭행 사망 사건처럼 특정 집단이나 조직을 자꾸만 인싸 아싸로 구분 지어 차별을 가하고 더 나아가 증오범죄를 야기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섞여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저출산의 여파로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2018년 기준 12만 명에서 해마다 2만 명 이상씩 증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소수자 94.6%, 여성 83.7%, 장애인 83.2%, 이주민 41.1%가 온라인 혐오표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보고됐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다원화 사회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결속을 통해 안전을 추구하며,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편향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다만, 이렇듯 편가르기가 난무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지닌 사람들이 더불어 산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에 가깝다. 인싸 아싸 따위로 구분을 짓는 행위는 차별과 배제로 이어지게 하고 이는 다시 증오범죄를 낳을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명확하다. 


'다양한 속성의 사람들과 공존할 준비는 되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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