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대중의 감정을 들었다놨다 하는 힘의 원천, 백종원의 골목식당

새 날 2018. 11. 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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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방송된 SBS 본격 거리 심폐소생 프로젝트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이었다. 앞에는 홍제천이 휘돌아 감고 있고 뒤로는 북한산이 펼쳐져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의 조용한 마을인 이곳은 주거 지역이라 여느 상권처럼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시끌벅적한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왠지 푸근한 인심이 살아 있을 것 만 같은 한적한 시골 마을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이렇듯 주거 환경이 뛰어나다는 건 반대로 말하자면 사업 여건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유동인구가 한정돼 있는 탓이다. 백종원의 진단이 내려지게 될 이곳 포방터시장 골목 네 곳의 식당 가운데 가장 먼저 막창집이 선정됐다. 사전 예고 없이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들이닥친 백종원의 짓궂은(?) 깜짝 등장에 식당 주인들은 하나 같이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막창집은 음식맛보다는 왠지 식당 주인 내외의 알콩달콩한 금술이 더 달콤해보이는 식당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난히 애교 넘치는 안주인 곁에는 그녀를 끔찍이도 아끼는 바깥주인이 늘 함께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꿀 떨어지는 듯한 애정 행각은 모든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서로를 끝없이 챙겨주던 다정다감한 부부의 모습은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 귀감으로 다가온다. 


안주인은 조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어깨 너머로 배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식을 통해 본격 진단에 나선 백종원으로부터 꽤 후한 평가를 받아들게 된다. 다만, 특별히 어떤 메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판매한다는 점과 막창을 찍어먹을 때 필요한 소스에 대해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돈가스집과 마지막으로 찾아간 홍탁집은 시청자로 하여금 급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게 하는 지점이다.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처럼 말이다. 한 곳은 주방을 둘러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제껏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했던 무수한 식당들 가운데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극찬을 한몸에 받으며 백종원으로부터 끝판왕이라는 최고의 평가를 이끌어낸다. 


반면, 또 다른 식당인 홍탁집은 베짱이 같은 아들로 인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듯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던 어머니로 인해 이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쓰리고 아프게 했다. 생계를 위해 오롯이 일에만 몰두하는 어머니 곁에서 일을 돕기보다는 뒷짐만 진 채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소일하는 듯해 보이는, 아직은 덜 여문 것 같은 30대 아들로 인해 백종원, 김성주, 조보아 등 프로그램 진행자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혈압까지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려진 것이다. 



돈가스집을 꾸려나가는 부부는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특별히 대화를 주고 받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저 각자가 자신이 맡은 임무만 묵묵히 해낼 뿐이었다. 너무 말이 없어 염려스럽기는 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서로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일을 척척 해낼 정도로 팀워크가 좋은 것이 아닐까 하는 긍정적인 쪽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조리 경력 17년차라고 하는 바깥주인은 요리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가치관을 지닌 인물이었다. 식재료만큼은 결코 아끼지 않는다는 그의 소신과 백종원의 진단 결과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맞아떨어지면서 그러한 사실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백종원이 극찬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식재료를 엄선하여 직접 정성껏 다듬는 것은 물론, 사이드로 제공되는 반찬류 등의 관리도 소홀함 없이 모든 측면에서 완벽을 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백종원이 주방을 굳이 볼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을까 싶다. 방송의 효과는 놀라웠다. 방송이 나가자마자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돈가스집을 실제로 방문했다는 방문기와 함께 길게 늘어선 대기줄의 모습 등이 연거푸 올라왔다. 끝판왕이라는 백종원의 극찬이 더해지니 백종원 효과는 흡사 날개가 돋친 듯 가히 폭발적이었다. 


세 번째로 찾아간 홍탁집은 처음부터 백종원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철 없어 보이는 30대 아들의 행태 때문이다. 어머니의 고생이 눈 앞에 선한 데도 아들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행동하기 일쑤였다. 아들은 어머니의 속을 문드러지게 함과 동시에 백종원의 그것마저도 깊숙이 후벼파고 있었다. 백종원이 묻는 말에는 거짓과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진지한 구석이라곤 일절 없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간파한 백종원은 결국 극약 처방전을 꺼내든다. 



많은 시청자들이 철 없는 아들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혀를 끌끌차거나 당혹해 하고 때로는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 또한 자식의 한 사람으로서 그와 비슷한 면모를 지닌 건 아닌지 괜스레 염려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그의 모습 위에 투영시키는, 무척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물론 일부 시청자들이 지나치게 방송에 몰입하는 바람에 아들의 과거 행적이 경찰에 신고되는 해프닝도 벌어지긴 했으나, 이는 그만큼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의 인기와 진가를 반증하는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심폐 소생뿐 아니라 이렇듯 시청자 스스로를 성찰케 하고,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유독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비단 식당 운영이라는 장사와 관련한 소재를 핵심 축으로 하고 있으나, 그 안과 이면에는 이렇듯 우리네의 보편적인 삶과 상식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삶을 이어가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가 됐든 공통된 가치관이란 게 존재하는 법이다. 소신을 지키며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칭찬을 듣고 지지를 얻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함께 울거나 웃으면서 잘 됐으면 하는 속내를 끄집어내기 십상이고, 그와는 반대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요행을 바라거나 때로는 베짱이 같이 철 없는 행동을 일삼는 이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이렇듯 대중들의 감정을 들었다놨다 하는 힘의 원천은 과연 무얼까? 바로 백종원이라는 인물이다. 그의 개인기는 여러모로 출중하다.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백종원의 진단은 송곳 같이 날카로웠다. 홍탁집에는 결국 음식보다 아들의 변화가 더 시급한 것으로 진단이 내려졌다. 매우 시의적절하며 올바른 판단이라 생각된다. 운영자의 행동이나 마음가짐의 변화 없이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아들의 잘못을 꾸짖고, 자신을 설득시켜 보라며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다음 회차를 통해 모종의 변화를 읽히게 하는 장면이다. 이들 세 식당의 변화와 더불어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 곳의 식당은 과연 어떤 진단이 내려지게 될지 다음 회차가 기대된다.



* 이미지 출처 : POOQ(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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