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무대가 아닌 순례길 위에 선 GOD '같이 걸을까'

새 날 2018. 10. 14. 16:45
반응형

오랜 친구와의 트래킹 여행을 표방하는 JTBC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가 지난 11일 첫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god의 다섯 멤버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장도에 오르기 전 사전 모임을 가진 god 멤버들은 오랜만에 자리를 함께한 탓인지 처음에는 무언가 어색해하고 서먹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스페인 현지에 도착, 여장을 풀고 본격적인 트래킹 준비에 들어서자 20년 지기 멤버들 간의 오랜 우정은 금방 되살아났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멋지게 어우러진 순례길의 시작점 레온은 옛스러움을 간직한 전통적인 유럽 도시다웠다. 멤버들 각자가 카메라에 이의 흔적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을 정도로 말이다. 이들은 광장과 마주하고 있는 탓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뷰를 간직한 한 숙소에 여장을 풀고 기대와 설렘 속에서 첫 밤을 보내게 된다. 



숙소 곳곳에 촘촘하게 설치된 카메라에 포착된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음날 이른 시각 순례길 도보를 시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긴 그 많은 카메라들이 열일하며 잠자는 모습까지 일일이 담고 있는 상황에서 잠이 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순례길 위에 올라선 다섯 사람,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앞으로는 노란색 화살표와 가리비 문양의 이정표가 이들의 앞길을 인도하게 될 것이다.



순례길 위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왠지 더 짜릿하다. 물론 그에 훨씬 앞서 빛이 전혀 없는 하늘 위로 드넓게 펼쳐진 별자리가 멤버들의 시선과 마음을 먼저 앗아가긴 했지만 말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왠지 지평선이 보일 만큼 너른 평야 위로 쭉 뻗은 길을 걷는 느낌은 가히 나쁘지만은 않다. 아직 기온이 높게 치솟지 않아 활동하기에 쾌적했기 때문일까? 



첫날 목적지까지는 총 28킬로미터의 거리다. 결코 짧지 않다. 다행스러운 건 다섯 멤버들이 그때까지만 해도 한껏 여유로워 보였다는 사실이다. 오전에 절반가량의 거리를 소화했다. 에너지를 많이 쏟은 까닭일까? 점심식사로 나온 현지식은 꿀맛이었으며, 잠깐 동안의 휴식은 너무도 달콤했다. 하지만 오후에 이들이 거쳐야 할 코스는 만만치가 않다.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와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는 멤버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만큼 혹독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진 도로 위로는 차량들이 연이어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을 뿐, 이들 멤버 이외에 도보 순례객들의 모습은 가뭄에 콩나듯했다. 광활한 평야 지대엔 질릴 정도로 많은 옥수수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그 반대편에는 해바라기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주변 풍광이다. 처음에는 그 광활함에 놀라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었으나 아무리 걸어도 왠지 똑같은 길 위를 반복하는 그 서늘한 기운 때문에 멤버들의 의지는 갈수록 약해져 간다. 이 느낌, 군생활 때 행군에 참여했던 사람이라면 어떤 류의 것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테다.



기온이 치솟고 있는 데다 길 위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조차 딱히 피할 곳이 없다 보니 이들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였다. 비트 빠른 락음악을 통해 기운을 한껏 충전 받은 박준형, 그리고 똘기 충만한 윤계상이 마침내 부스터를 발진, 선두에 서서 멤버들의 감정을 뒤흔들어놓기 시작한다. 김태우와 손호영은 이들이 이끄는 분위기에 도취되어 함께 뒤를 따르고, 오직 데니안만이 맨 뒤에서 말 없이 대열을 좇을 뿐이다. 에너지의 과잉 소비, 과열된 감정으로 인해 점차 지쳐가는 멤버들, 이들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평소에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다. 더구나 빼어난 풍경을 만나거나 멋진 장관 앞에서라면 더욱이 이를 이미지로 담느라 정작 눈과 마음으로 차분히 감상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리곤 한다. god 멤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멋진 일출 광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을 때 손호영은 조용히 일침을 가한다. 맨눈으로 감상하자고. 뜨끔해지는 순간이다. 적어도 순례길 위에 오른 이때만이라도 오롯이 자연과 마주하고 내면의 나를 찾을 수는 없었을까? 만약 우리라면 어땠을까? 아마 더하면 더했겠지? 



아울러 해외 순례객들 대부분은 그 고된 트래킹에도 불구하고 평상복에 가까운, 활동하기 편한 의상으로 걷기에 나서는 모양새였으나 god 멤버들은 그들 스스로 멋쩍어할 정도로 의상만큼은 세계 최고급 수준이었다. 이는 문득 해외 여행에 나선 한국인들이 유독 등산복 차림을 좋아하는 바람에 놀림감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지나친 경쟁에 치여 살다 보니 늘 본질보다 외양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크다. 이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안만이라도 헛된 욕망을 잠시 내려놓는 건 어떨까?


20년 전 대중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god, 익숙한 무대가 아닌 진짜의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는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동료들과 함께 섰다. 걷기는 삶의 축소판이다. 기쁠 때도 있겠고 즐거울 때도 있겠지만, 괴롭거나 힘이 들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20년 동안 무대 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다섯 멤버들이 이번에는 길 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다. 이들 앞에 과연 어떠한 일들이 펼쳐지게 될지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흥미진진하게 이를 지켜보자.  



* 이미지 출처 : POOQ(푹) 동영상 캡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