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리더의 품격, 무엇으로 완성되나

새 날 2018. 10. 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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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수장을 말한다. 조직의 종류가 무엇이며 그 성격이 어떠하든 관계 없이 조직의 생존을 위해 리더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아울러 모든 조직은 리더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흔히 그 명운이 갈리곤 한다. 그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테다. 덕분에 시중 서점에는 리더라면 응당 갖춰야 할 자질이나 덕목, 그리고 리더가 되기 위한 온갖 방법 등을 다루는 도서들로 넘쳐난다.


종류가 하도 많은 데다가 그 내용이 모두 한결 같기에 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노릇이다. 비단 아주 훌륭한 리더는 아니더라도, 그러니까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는 리더라 하더라도 이를 위해 사전에 갖춰야 할 것들은 너무도 많다. 리더십보다는 팔로우십이 중요하며, 일관되어야 하고,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등의 조언 등은 어느덧 지겹다 못해 식상하기까지 하다.


나까지 이렇듯 뻔한 소리를 한다면 또 하나의 공해가 될 듯싶어 여기에서는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리더의 자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내가 언급하고 싶은 리더로서의 덕목은 어쩌면 지극히 사소한 지점이기에 흔히 간과되어온 종류의 것일지 모른다.



어떤 조직이든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고난이도의 기술이나 숙련이 요구되지 않는 매우 단순한 작업 따위의 것 말이다. 그렇지만 누구든 이러한 일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한다. 보다 상위의 작업을 위한, 그러니까 추가적인 작업을 위한 아랫단의 기초 작업일 수도 있겠고, 매일 이뤄져야 하는 고정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으면 일회성의 작업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전담 인력 투입에 무리가 없는 조직이라면 당연히 이를 해결하는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면 그만일 테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조직 내 팀원 가운데 누군가는 이를 반드시 처리해야만 한다. 때문에 이런 일들은 보통 해당 조직의 막내 직급 직원에게 할당되는 게 수순밟기다. 그런데 문제는 막내 직급의 한 사람이 이를 처리하기에는 그 일이 너무 많은 데다 단순하다는 데 있다. 이런 작업은 대개 사람을 쉽게 지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건 이런 류의 일들은 직무 능력 향상이나 역량 배가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어딘가로 보내야 할 홍보물이 만들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우편 봉투에 넣기 쉽도록 접어야 한다. 총 2천 장이다. 말 그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한 작업이면서 또한 누군가는 이를 반드시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리더의 품격은 바로 이럴 때 드러난다. 이렇듯 단순한 작업은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매달려 동시에 처리할 경우 쉽고 빠른 시간 내에 그리고 재미있게 마무리지을 수 있다. 과거 힘든 농사일을 할 때 이웃 간에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거나 갚고 했던 품앗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테다. 


반면 막내 한 사람에게 이를 맡긴다면 그 단순한 작업이 말 그대로 일순간 일로 돌변해버리고 만다. 고역도 이런 고역은 없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작업에 치여 별것도 아닌 일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류의 고통이다. 이러한 고역을 헤아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마땅히 리더가 되어야 한다.


리더라면 팀 전체의 일이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그 흐름과 큰 그림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테니, 각 작업의 난이도나 성격을 당연히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앞서의 것들을 리더가 온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리더로서의 자격 박탈 사유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작업의 경우 팀원 전체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뒤 골고루 할당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각자에게 일정 분량을 나눠 작업을 마무리짓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굳이 품앗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이를 맡기는 건 불합리하지 않을까?



어찌 보면 무척 사소한 사안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내가 막내 땐 다 그렇게 하면서 성장했다고, 그러니 응당 그리 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해당 작업이 직원의 직무 역량을 키우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절차이고 단계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함이 옳겠으나 그런 것과는 관계 없는 단순한 작업이라면 이러한 사고 방식은 옳지 못하다. 리더라면 좋지 못한 관행 또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작은 배려가 더 큰 배려를 낳고 조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며 팀워크를 끌어 올린다. 상대방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작은 배려를 베풀줄 아는 리더만이 포용력과 결단력을 두루 갖출 수 있다. 물론 리더가 모른 척해도 누군가는, 주로 막내가, 결국 작업을 어떻게든 해낼 테며, 아울러 조직 역시 어떻게든 굴러갈 테다. 다만, 그 세심한 배려 부족으로 인해 미세한 상처가 발생, 시간이 지날수록 아물 틈 없이 더욱 커져가다가 결국 곪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리더가 지니고 있어야 할 덕목은 작은 배려이며, 이로부터 품격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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