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제 선행 따위는 기대도 마라

새 날 2012. 11. 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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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기증했더니 빚 500만원" 기증자 쓴 소리
장기기증본부 "빚 500만 원 이해안돼…규정대로 지원했다"

 

만일 위 기사의 장기 기증자에 대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장기 기증과 같은 일들뿐 아니라 이 사회의 불특정다수를 위한 모든 선행은 바라지도 말아야 된다 생각되는군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무료로 기증하는 일이 어디 본인뿐 아니라 누구에겐들 쉬운 일이었겠어요? 그런데 이런 어려운 선행을 베푼 이들에게 국가가 해준 일이란 게, 물질적 정신적 위로는 커녕 오히려 빚만 잔뜩 떠안기는 꼴이라니...

 

어찌 된 게 한국 사회에선,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고, 착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행을 베푼 사람들은 오히려 곤란을 겪는, 그런 비정상적인 일들이 더 흔해 보이는 걸까요?

 

기사 내용에 따르면 장기 기증을 하신 분께서 개인적으로 지출한 비용이 꽤 되는 모양입니다. 50대의 몸이라, 장기 기증으로 인한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은 탓이라 하지요. 장기기증본부에 몸 담고 있는 말단 직원이야 규정에 의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니 규정 준수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었다 칩시다. 하지만 최소한 선행의 사회적 파급 효과와 기증된 장기를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장기기증본부의 윗선에 해당되시는 분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어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오히려 본부의 규정 외 특별경비를 발생시켜서라도 기증자가 사용한 실비 이상의 비용을 지원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일은, 별로 통 큰 금액도 아닌 작은 비용 가지고, 기증자의 좋은 뜻을 훼손시켜 가며, 나아가 예비 기증자들의 발길마저 뚝 끊기게 할 아주 우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장기 기증 사례만이 아닙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행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회적 비용이 실제 비용보다 더 들어가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선행자에 대한 예우는 철저하게 지켜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에만이 한 선행이 다른 선행을 낳게 되고, 이는 또 다른 선행을 낳는, 릴레이식 선행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기사 내용처럼 규정만을 따져가며, 선행자들의 아름다운 뜻을 훼손시키고, 정신적 고통과 물리적 피해를 안겨준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의 선행이란 것에 대해선 절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선 저부터도 피할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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