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그래서 얼마 버는데?"

새 날 2018. 10. 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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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저 돈 때문에 몰두하는 것과 그 이상의 가치를 꿈꾸며 실천할 때의 과정과 결과는 천지 차이다. 이를테면 폐지 줍는 일을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만인의 행복을 바라며 자발적으로 이를 줍는 행위는 어딘가 모르게 자유로우며 즐겁게 다가오지만, 오직 폐지의 무게에 비례해 돈을 받기 위한 요량으로 이를 줍는다고 생각한다면 왠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직장생활은 즐겁지 못하다. 덕분에 오늘처럼 월요일이 돌아오면 누구든 월요병에 시달리곤 한다. 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직장생활이 괴로운 이유를 간혹 돈에 빗대어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돈을 써가며 즐기는 취미생활과는 달리 돈을 받고 일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라고. 왠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지 않은가? 앞서 서두에서 꺼낸 사례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일 테니 말이다.

 

오늘날 로또에 목을 메는 직장인들이 유독 많은 건,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비록 확률에 의지해야 하는 보잘 것 없는 작은 희망이긴 해도 어쨌거나 무언가 정체 모를 설렘 따위를 기대케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번에 목돈을 손에 쥔 채 그 지겨운 직장생활로부터 탈출하고픈, 지극히 사사로운 욕망도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업을 갖고 직장생활에 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얼까?

 

물론 너무 우매한 질문이라는 거 잘 안다. 다들 다음과 같이 답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자아실현을 하기 위함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제법 점잖은 척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한꺼풀 벗겨내보면 어떨까? 그래도 같은 답이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다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까?

 

'자아실현은 무슨 개뿔, 그냥 돈 벌기 위함이지'

 

굳이 어렵고 복잡한 통계조사 따위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이러한 경향성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

 

 

한 여성이 전직을 선택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사연이 있지만, 여기서는 굳이 이를 언급할 필요성을 못느끼기에 생략하고자 한다. 평소 손재주가 좋았고 주부로서 꾸준히 요리를 접해왔던 까닭에 조리사가 되기를 희망했다. 수개 월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한식 중식 양식 일식에 이르는 네 종의 자격증을 차례로 취득,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이후 직원 30여 명가량 되는 제법 큰 규모의 뷔페 식당에 취업, 새로운 길에 본격 들어섰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노력과는 별개로 주변의 시선은 도리어 곱지 못했다. 심지어 안 됐노라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물론 왜 그랬는지는 짚이는 바가 있다. 최근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조리사라는 직업인이 부각되는 바람에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이와 완전히 딴판이다.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은 까닭이다. 전문적인 코스를 밟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요식업 종사자들은 살인적인 긴 노동시간에 허덕이며, 단순 기능에 치여 지내면서도 보수 또한 변변치 못하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사람들은 한 직업인으로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또한 어떤 비전을 꿈꾸며 일하는지는 아랑곳없이 그저 자신들이 짜놓은 잣대에 의해 재단하기 바쁘다. 그녀를 전문 직업인이라기보다는 오로지 돈벌이만을 위해 마지 못해 힘든 일을 하고 있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Pixabay

 

하지만 타인을 향하는 시선은 곧 자신의 내면을 들춰내어 이를 투영시킨 결과에 다름 아니지 않을까? 타인의 직업을 오로지 물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사람의 직업 가치관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비슷할 개연성이 높지 않을까? 앞서 든 사례는 결국 특정 직업과 직업인에 대한 선입견 및 편견에 갇힌 상황에서 직장생활을 단순한 돈벌이로 여기는 풍조가 더해진 결과물에 다름 아닐 테다. 

 

어떤 일에 몰두할 때 이를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그 일에 몸담는 우리 스스로가 비루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이를테면 똑같은 요리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한쪽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무엇보다 흥미로우며 누군가에게 자신의 결과물을 제공하는 게 좋아서 요리를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함이라고 생각해 보자. 같은 일이라고 해도 어느 한쪽은 비록 예술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 소중한 가치 같은 게 담겨지고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지만, 다른 한쪽은 도리어 비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면 앞서 사례로 등장한 여성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과연 보통사람들이 바라보던 그 시선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을까? 아니면 날개를 활짝 펴고 자신의 이상과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가고 있을까?

 

 

어느덧 새로운 진로를 택한 지 1년여라는 시간의 흐름이 있었다. 그녀는 부족한 실력을 메우기 위해 비록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에 개의치 않고 동료들이 하는 일을 어깨 너머로 흘끔거리며 부지런히 따라 배우거나 잘 모르는 사항은 악착 같이 물어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켰다. 뿐만 아니다. 쉬는 날에는 인터넷을 뒤져 새로운 조리법을 익히고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끊임없이 궁리하고 고민하며 연구했다. 외식을 할 때도 그냥 먹는 일에만 몰두하는 경우란 일절 없었다. 배울 점은 없는지 유심히 살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갔다.

 

그녀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 받아 승진과 동시에 소속팀의 팀장, 그러니까 셰프로 우뚝 섰다. 이 정도의 지위에 오르려면 보통 적어도 십수 년의 경력을 쌓아야 하지만, 그녀는 단 1년만에 이뤄낸 쾌거다. 뭇사람들처럼 직장생활을 오로지 돈벌이만으로 생각했다면 과연 오늘날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 없이 돈보다는 그 이상의 가치를 꿈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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