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블로그가 페이스북 트위터보다 생명력이 긴 이유

새 날 2018. 7. 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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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SNS 기업들에 암운이 드리워졌노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비단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의 주가가 단 하루만에 각기 18.96%, 20.54% 폭락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들로부터 빠르게 관심을 끌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만큼, 즉 자극적인 데다 즉흥적이며 휘발 성분이 강한 이슈 몰이 콘텐츠 위주의 플랫폼이었던 까닭에,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속도 또한 정확히 그에 비례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각기 전혀 다른 성격의 SNS 도구이지만, 글쓰기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는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물론 글쓰기 위주의 플랫폼은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글쓰기라는 건 고등생물인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원적인 콘텐츠 생산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 가운데 하나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금 내가 글을 작성하고 있는 플랫폼인 블로그 영역이다.


그런데 같은 글쓰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라고 해도 블로그는 상대적으로 부침을 크게 겪어오지 않았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대중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린 적도 없지만 말이다. 긴 호흡과 깊은 사유로부터 길어 올려진 반짝반짝 윤이 나는 포스팅으로 정성스럽게 채워진 블로그를 만날 때마다 난 왠지 숨은 보석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트위터의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재치와 풍자가 담긴 콘텐츠와는 또 다른 차원이 아닐 수 없다.



블로그의 포스팅 작성 공간은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종이를 연상케 한다. 하얀 종이 위에 펜으로 글을 적어내려가듯이 컴퓨터 자판을 이용하여 모니터에 생성된 빈 공간에 활자들을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오로지 빈 공간에 마우스 커서만 깜빡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종이 위에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써내려가야 했던 학창시절의 끔찍한 작문 시간을 문득 떠오르게 한다.


블로그 포스팅은 어떤 주제이건, 아울러 어떤 내용이건 관계 없다. 이를 채우는 건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제한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그 수만큼이나 각기 다른 목적과 수단으로 블로그를 활용하곤 한다. 내가 티스토리라는 블로그 플랫폼에 발을 디딘 건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나의 블로그를 지켜보는 이들이 거의 없었던 까닭에 글을 쓰는 데 있어 주저함이 지금보다는 훨씬 덜했던 듯싶다.


ⓒ연합뉴스


시간이 흐르고 내 글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자기검열이라는 덫에 스스로를 가두어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글이 제대로 써질 리 만무했다. 때로는 내가 글을 왜 쓰고 있는가 하는 매우 근원적인 회의감에 빠져들 때도 있었으며, 전문가들이 작성한 글을 보면서 위축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흔히 말하곤 하는 슬럼프였다. 그럴 때마다 나다운 글을 쓰자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를 이겨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좋은 블로그란 무얼까? 당연히 어느 누구에게나 유익하고 선한 의지의 글을 품고 있는 블로그를 말할 테다. 그렇다면 좋은 글쓰기란 또 무얼까? 혹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글로 옮기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간절히 쓰고 싶을 때 좋은 글이 생산된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정말로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의 열정을 갖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걸까? 돌이켜보면 이 내용만은 글로 간절히 옮겨보고 싶어 작성했던 포스팅은 그만큼 집중했던 까닭에 실제로 글의 품질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가수 안치환의 노래 가운데 '자유'라는 곡이 있다. 이 노래 속에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내가 쓴 글이 누군가를 위한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글쓰는 행위에 대해 또 다시 나 스스로를 자기검열 속에 가둬두며 움츠러들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수 안치환 씨가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호소했던 것처럼 참 자유를 느끼게도 해준다. 무엇보다 내가 써놓은 글을 나 스스로 점차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내 글처럼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는 사실은 블로그 플랫폼에서의 글쓰기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귀한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블로그 플랫폼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만큼 자극적이지 않고 폭발적인 재미도 없으며 대중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아울러 플랫폼 자체로 굉장한 돈을 벌어들일 수는 구조도 결코 아니지만, 글쓰기라는 온몸으로 행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콘텐츠 생산 욕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다가, 삶의 주도권을 잡고 주변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일에 흔들림 없도록 마음의 근육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해주기에, 인간이 글쓰기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즉흥적이며 자극적인 여타의 SNS 플랫폼에 비해 생명력이 긴 건 지극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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