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미국의 전직 대통령 그리고 한국의 전직 대통령

새 날 2018. 4. 24. 21:15
반응형

미국의 전직 대통령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의 장례식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42대 빌 클린턴, 43대 조지 부시 2세, 그리고 44대 버락 오바마 내외가 모두 함께하였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가운데 앉아있는 조지 부시 뒤로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전직 대통령 내외가 함께 서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흐뭇함에 절로 미소가 띠어지는 상황입니다. 


ⓒAP


41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1989년부터 임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올해가 2018년이니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셈입니다. 이렇듯 한 세대가 흘러가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까지 모두 다섯 명의 인물이 미국 대통령의 직위를 거쳐갔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그것도 4명씩이나 내외가 함께 모여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일은 이례적인 장면임이 분명합니다. 특히 우리에겐 부러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와 같은 장면을 연출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18대 박근혜, 19대 이명박 전직 대통령 두 사람 모두 현재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한 세대 만에 벌써 두 번째로 빚어지고 있는 비극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강요와 뇌물죄 그리고 직권남용 등 도합 18개의 부패 및 비리 혐의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0억 원에 달하는 뇌물수수 등 20여 가지의 혐의로 지난 3월 23일 구속됐습니다. 그의 주된 죄목 역시 부정부패 혐의입니다. 즉, 현재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한결 같이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혐의는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 이념 등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정점에 이른 권력을 악용한 결과물이자 범법행위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정보 장교 출신 데이비드 프레이스는 전직 대통령 4명의 사진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의 각 대통령이 내가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일들을 했지만, 이들 대통령이 이기심이 아닌 애국심 등 핵심 가치들에 기반을 두고 행동했다는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참고로 조지 부시와 조지 부시 2세는 공화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민주당 출신입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의 대통령들은 소속 정당이나 정치적 이념을 떠나 사사로운 욕심이 아닌 국가지도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전직 대통령 4명이 함께 모여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할 수 있었던 저력 내지 원동력도 바로 이렇듯 성숙한 민주주의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촛불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의 민주주의 역시 세계인들의 시선을 듬뿍 받으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입장입니다. 시민들의 직접 참여로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기 때문입니다. 미국 이상의 저력을 갖추고 있노라는 방증입니다. 단언컨대 비리 및 부패의 마지막 주자는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되어야 합니다. 더 이상의 비극은 없어야 합니다. 구습과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지금부터 한 세대가 흐른 뒤 우리 역시 미국처럼 소속 정당과 정치적 이념을 떠나 전직 대통령들이 스스럼 없이 한 자리에 모여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 가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첫 주자가 지금의 대통령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