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밀양 화재 참사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두 방식

새 날 2018. 1. 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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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또 다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제천 화재 참사가 빚어진 지 한 달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터라 충격의 여파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안타까운 사연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이번 화재로 밀양시 전체가 추모 분위기에 휩싸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왜 아닐까 싶습니다. 한 집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일 정도로 밀양시가 크지 않기에 평소에도 '밀양은 가족'이라는 표현이 즐겨 사용돼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통시장은 주말이면 상인과 손님들로 북적이는 등 활기를 띠곤 했는데, 이번 주말엔 여느 때와 달리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고 합니다. 시장 주변 상가도 곳곳이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도로에는 추모 현수막을 걸어놓아 시민 전체가 한 뜻으로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밀양시 전체가 추모 공간으로 둔갑한 셈인데요. 


많은 상인들이 상점문을 아예 닫고 일찌감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밀양체육문화센터로 출근, 봉사활동에 동참하느라 이곳은 외려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답니다. 뜻하지 않은 이웃의 아픔에 이를 나누기 위해 생계도 마다하지 않은 채 함께하는 모습은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밀양 시민들은 이웃의 고통에 연대 의식을 발휘하는 등 성숙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의 부류도 있습니다. 다름 아닌 정치인들입니다. 이들은 참사로 인한 이웃들의 아픔마저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었습니다. 이번 화재가 정치권의 책임 공방으로 불붙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밀양 시민들의 슬픔 앞에서 이번 참사를 서로 네 탓 내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밀양 화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두 달 동안 총 1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는데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후안무치한 정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홍준표 대표 역시 화재 현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정권이 어떤 정권이냐. 세월호를 이용해서 정권을 잡았다. 그런데 자기들은 출범 이후 백 명 가까이 안전사고 사상자가 나왔는데 왜 아무도 책임을 안 지느냐" 


이에 대해 여당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화재 현장에서 "밀양의 행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한 번 살펴 봐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위해 경남지사직을 사퇴한 홍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습니다. 경남지사의 부재를 빌미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직접 돌린 것인데요. 


ⓒ연합뉴스


적어도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만큼은 정쟁을 자제하고 모두가 하나되어 진심어린 추모의 마음을 전달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비극 자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나선. 결코 웃을 수 없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향해 날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는 모두가 알 만한 상황입니다. 지방선거일이 채 5개월도 남지 않았음을 의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당의 입장에서는 여당에 중앙 정부의 권력을 빼앗긴 마당에 지방 정부마저 참패할 경우 자칫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활을 걸어야 하는 선거인 까닭에 벌써부터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앞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야당의 표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현재 이들이 처한 다급한 상황이 읽힙니다. 덕분에 이번 정부가 세월호를 이용하여 정권을 잡았다며 제천참사 및 밀양참사를 세월호와 등치시키는 어이없는 현상마저 보게 됩니다. 정당의 설립 목적이 제아무리 정권 창출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해당 정당은 온통 정치병 환자들만 모인 집단이 아닌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갈아탔으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정농단과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이전 정권의 각종 권력형 비리 그리고 세월호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새누리당이라는 사실을 혹시 잊기라도 한 걸까요? 그러니까 얼마 전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자신들의 과오를 사과하지 않았었던가요? 


여당 또한 다급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급락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다독여야 할 상황에서 또 다시 참사가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뛰어야 할 급박한 순간에 그만 신발끈이 풀어진 꼴인데요. 이를 수습하려니 다급해질 밖에요. 그렇다면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삼고 나선 작금의 현상이 과연 정상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일까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 생계도 마다한 채 추모 행렬에 동참하는, 진정한 연대의식을 발휘하는 밀양 시민들의 의연한 모습과 오로지 권력을 향한 욕심과 정치적 이득만을 앞세운 채 화재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삼고 나선 비겁한 정치인들의 모습, 극적으로 대비되는 이를 바라보면서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지 않나요? 네, 그렇습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정치인답지 않은 정치인과 그 정당을 확실히 솎아내야 할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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