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새 날 2018. 1. 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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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게재됐다. 광고 비용은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금을 통해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부터 서울 10개 지하철 역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차례로 내걸렸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역에 있는 광고를 찾아 인증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대한민국 지도자의 인기는 이렇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기세다. 


우리 대통령의 인기에 대해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들도 일제히 아이돌의 인기를 보는 것 같다며 호응에 나섰다. 국민들이 개인의 비용을 사용하면서까지 국가 지도자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은 물론 흔치 않은 모습이다. 외신이 높은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체할 수 없는 인기는 이미 취임 즈음부터 시작됐던 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제품, 이른바 '이니굿즈'는 시중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주제로 한 우표는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예약을 해야 간신히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성황 리에 판매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피자는 완판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은 최고 권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오던 터, 이러한 분위기는 신선하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왠지 낯설고 어색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이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부류도 생기는 법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전체의 대통령이지 팬들만의 대통령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라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옹졸하기 짝이 없다. 뿐만 아니다. 자유한국당과 이념적으로 비슷한 선상에 놓인, 그들의 추종 세력이기도 한 극우 코스프레 커뮤니티 '일베'도 자신들만의 뒤틀린 심사를 여러 경로를 통해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광고가 국내외에 게재되었다는 기사 말미의 댓글칸 곳곳에는 이들의 시기성 혹은 폄훼성 댓글로 도배된 상태다. 댓글알바가 다시 출몰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저속한 형태의 댓글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들의 질투와 시기가 극에 달해 있다는 건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취지로 동물과 합성한 사진 광고를 게재한 사실을 통해 입증된다.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이는 스스로 일베의 일원임을 입증하였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자로서 맞대응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스스럼 없이 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절친이기도 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더 나아가 이번 정권에 흠집을 내보겠노라는 심산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과거 재임시절 온갖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칼끝이 점차 자기 자신을 겨누어오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면서 정치 보복을 운운하던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뉴스1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에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 길을 걷던 일종의 운명 공동체적 성격이 짙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매개로 문 대통령에게 모종의 정치적 위해를 가하려는 이들의 속셈은 그래서 치졸하기 짝이 없다. 


일베 회원이 개인 비용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광고를 뉴욕 한복판에 내건 행위를 두고 표현의 자유라고 한다면 물론 그 또한 결코 틀린 표현은 아니다. 표현의 자유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는 민주주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기도 하다. 개인이 원한다면 어떤 형태가 됐든 그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사 표현은 개인의 개성을 신장시켜 주기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에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렇듯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행위는 늘 옳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는 명예훼손을 당하고,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된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방종에 지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치솟는 인기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질투를 불러오고 시기심을 유발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그러나 그 질투와 시기심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고인인 전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비하하여 한 국가의 국격과 명예마저 훼손시킨 사실에 대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인생은 실전임을 이번 기회에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일베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에는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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