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진정한 운동 효과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

새 날 2018. 1. 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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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누구나 습관처럼 건강과 관련한 계획 하나쯤은 준비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렇다. 특히 연말이면 한꺼번에 몰려드는 각종 모임과 회식 덕분에 생활 및 몸의 균형이 무너지기 일쑤이고, 그러다 보면 늘어진 뱃살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절로 내쉬게 된다. 또 다시 새해가 밝았으니 조건반사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하곤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 좋은 날, 즉 새달 새해처럼 새롭게 시작되는 날이 되면 무언가 열심히 해보려는 경향이 있다. 공부도 그렇지만 운동이나 다이어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인데도 말이다.


월초에 새롭게 헬스장에 등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는 현상은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1년이 시작되는 날 즈음, 즉 요즘 같은 때에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헬스장의 활기 띤 모습 또한 그래서 낯설지가 않다. 수많은 남녀노소가 주말이면 알록달록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무리지어 산에 오르며, 동네마다 위치한 헬스장에서는 열심히 땀을 흘리면서 다들 운동에 열중하는 모습은 일상 가운데 하나다. 한강과 그 지류에 잘 조성된 자전거도로 덕분에 자전거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 또한 부쩍 커졌다. 


그런데 옆나라 일본과 견주어볼 때 이렇듯 건강을 지키려는 부단한 우리의 노력은 왠지 헛바퀴를 굴리는 듯한 느낌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본의 통계 결과를 놓고 보면 절로 힘이 빠진다. 자존심이 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도대체 왜일까?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의 한 연구팀이 한국과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운동량과 신체 기능 나이를 비교 연구한 결과, 한국 노인은 일본 노인에 견줘 평소 운동량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신체기능 나이는 오히려 3.7세가 뒤처진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은 대체로 일본의 노인보다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한국 노인은 1주일에 평균 4.6일을 운동하며, 일본 노인은 3.8일에 그친다. 1주일당 평균 운동시간으로 환산해 보아도 한국 노인의 운동량이 월등했다. 295분으로, 200분인 일본 노인에 비해 95분이나 더 많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운동량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신체 나이는 오히려 뒤처지는 걸까? 운동 방식의 문제일까? 아니면 다른 문제점이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적어도 운동 방식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주로 하는 운동은 걷기와 등산, 자전거 타기 등 강도가 비교적 높은 종목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이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다행스럽게도 오늘자 기사로 올라온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 두 사람이 나눈 건강과 관련한 대담('등산 후 막걸리, 자전거 탄 뒤 맥주… 한국의 이상한 운동 공식') 속에서 그와 관련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고, 또한 그만큼 실제로도 운동을 많이 한다. 물론 이 건강이라는 개념 안에는 다이어트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자타 공인 세계 최고의 성형국가다. 일찌감치 외모가 중요한 스펙의 하나로 자리잡은 사회다. 순수하게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 아울러 미용과 관련한 다이어트에 공을 들이려는 노력까지 더해지면서 건강은 이제 모든 연령층에 있어 매우 중요한 화두이자 관심사항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이다. 비단 노인들만의 관심거리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코메디닷컴


그래서 그런 걸까? 헬스장에서건 직장에서건 아니면 한강에서건 산에서건 장소 불문하고, 아울러 연령 불문하고 우리 주변에는 운동에 몰두하는 사람들 천지다. 그런데 앞서도 살펴보았듯 노인들의 경우엔 일본에 비해 신체기능이 오히려 뒤처지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비만 백서'와 2016년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 결과를 비교해 보면, 한국 남성의 전 연령대에서의 비만 비율이 일본 남성에 비해 평균 10% 이상 높았다. 


운동에 대한 관심도 여느 나라에 못지않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몰두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빚어지는 현상에 대해 대담에 참석한 일본인 기자는 우리의 식습관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를테면 직장 등에서 회식을 할 때 보통 1차로 고기를 먹은 뒤 2차로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경우가 많고, 평소에도 치맥 등의 야식 및 배달 문화가 유달리 발달해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의 식습관이 문제였다. 즉, 섭취하는 칼로리에 비해 운동량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일본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운동에 할애하고 있는 데다 강도 또한 결코 낮지 않지만, 운동 효과를 반감시키는 식습관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단체로 산행을 마친 뒤 막걸리를 마시거나 자전거를 타고 나서 맥주를 흡입하는 모습이 이방인의 눈에는 영 어색하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껏 땀 흘려 칼로리를 소비했건만, 여기에 다시 음주가 더해지는 건 태운 칼로리를 재차 보충하는 꼴이니 내가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얼마 전 한 여성 연예인이 마치 무용담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늘어놓던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자신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술을 먹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 말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로지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방인의 지적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일본은 원래 소식을 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우리와는 문화 자체가 다르다. 때문에 이러한 간극의 고려 없이 그들과 운동 효과 등을 무작정 비교한다는 건 사실 무리일지도 모른다. 다만, 운동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면서도 외려 일본보다 효과가 미미하고, 심지어 노인들의 신체기능마저 뒤처진다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운동 효과를 바란다면 세계인들을 열광시키며 일찌감치 한류 문화로 자리잡은 치맥의 유혹을 당장은 떨쳐버리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산행 후 막걸리를 마시거나 자전거를 탄 후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흡입하는 등의 주객이 전도된 듯한, 외려 건강을 해치는 식습관은 이제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새해 몸 만들기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시각에도 땀 흘려 노력하고 있을 우리 모두가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하는 대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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