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당신들에겐 낸시랭을 울릴 자격이 없다

새 날 2017. 12. 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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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결국 눈물을 훔쳤다. 30일 남편 왕진진 씨를 둘러싼 세간의 논란과 관련하여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이제 막 결혼을 한 터라 행복을 꿈꾸고 축복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함에도 그와는 반대의 연유로 인해 흘린 눈물이다. 그래서 더욱 딱하고 안쓰럽다. 


낸시랭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결혼 소식을 발표했다. 그러나 마땅히 축하 받아야 할 그녀의 결혼 소식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왕진진 씨의 과거 이력에 대해 네티즌들의 각종 억측이 난무한 것이다. 왕진진 씨가 사기,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이며, 일각에서는 고 장자연 사건의 단서가 되기도 했던 위조 편지를 직접 작성,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낸시랭 씨가 결혼한다는 소식 자체보다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에 오히려 세인들의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일부 언론들이 앞다퉈 의혹을 흘렸고, 이와 같은 사실이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논란으로 불거진 것이다. 결국 낸시랭 측은 기자회견을 자청해야 했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남편 왕진진 씨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으며,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낸시랭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한 걸까? 연예인이기에 앞서 일개인인 그녀 및 그녀의 배우자에 대한 사생활이 왜 논란거리가 되어야 하는 걸까? 팝 아티스트의 배우자를 마치 정치인이나 고위직 관료 등 공인에게 청문회 절차를 진행하듯 도마 위에 올려놓은 채 일거수일투족을 샅샅이 훑고 사생활과 과거 이력까지 낱낱이 까발려 난도질하는 현상을 과연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언론과 네티즌들은 과연 무슨 근거로, 아울러 어떠한 자격으로 왕진진 씨더러 의혹을 밝히라고 하는 걸까? 당신들에게 그럴 만한 권한이 있나?


ⓒ엑스포츠뉴스


심지어 일부 언론은 해명을 위해 마련된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오죽하면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선 당사자 왕진진 씨가 개인의 행복추구권까지 묵살해가며 언론이 사생활을 침해하고 마구잡이식으로 기사를 남발해도 되는 것이냐며 하소연에 나섰을까 싶다.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숙명 때문에 이러한 곤욕을 치러야 한다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게 아닐까? 지나치게 가혹한 건 아닐까? 혹시 그와 결혼하는 당사자가 낸시랭이 아닌, 언론이나 네티즌이라도 된다는 것일까? 왜 쥐잡듯이 그의 뒤를 캐낸 뒤 의혹을 제기하고 논란으로 확산시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일까? 이는 지나친 오지랖을 넘어 한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위법 행위 아닌가? 



결혼은 두 사람 사이에 성립하는 일종의 계약이다. 그러니까 두 성인 남녀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며, 조건에 부합하다는 판단 하에 결혼 계약이 성립된 것이라면, 여기에 타인들이 왈가왈부하며 끼어들 여지는 일절 없다. 최악의 경우 낸시랭의 배우자가 흉악한 범죄자이고, 당신들이 그토록 알고 싶어하며 또한 그러길 바라는 듯한 눈치인, 실제로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는 데다가, 고 장자연 사건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한들 이미 성사된 두 사람의 결혼을 어찌할 텐가? 여론 재판을 열어 그를 단죄라도 하겠다는 건가?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결혼이라는 계약 행위에 따르는 책임은 엄연히 당사자인 그들 두 사람의 몫 아니었던가?


도대체 당신들이 뭐라고 낸시랭 그녀를 울리는가? "우리의 사랑 행복 이 길에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축복된 나날이 계속 되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축하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라고 밝힌 낸시랭의 바람처럼 우리는 그저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주고 응원해주면 그만 아닐까? 


당신들에겐 낸시랭을 울릴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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