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후보의 연출력이 2% 부족한 이유

새 날 2012. 9.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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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썩 잘하는 건 아니어서 늘 어눌하게 표현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매우 조리있는 언변에 진심까지 제대로 담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만... 박 후보의 말솜씨는 평소에도 수첩 등에 미리 적어놓은 글이나 이도 여의치 않을 땐 머릿속에 기억해 놓아 준비해 놓은 말만 짧게 하는 수준의 것이란 정도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에 따른 별명도 하나 얻고 있지요. 수첩공주라는...

 

한 사람의 진심이란 반드시 학식이 높거나 아니면 사회적 지위 등에 의해 화려한 말솜씨만으로 표현되는 그런 것이 결코 아닙니다. 굳이 달변이 아니어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가슴 찡한, 무언가 뭉클한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박후보의 사과가 비록 늦었지만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프롬프터에 적힌 글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기보단 다소 어눌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진정성 담은 생각을 더듬더듬 얘기했더라면 오히려 더 좋은 반향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어색해 하며, 잘은 못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태도는 뭇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이유를 다 떠나 이러한 연유로 - 표를 의식한, 시기적으로 반드시 등 떠밀려 하게 된 사과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 이번 사과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꽤나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장 사과의 직접 당사자들인 인혁당 유족들로부터 '진정성 없는 사과라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는 항의가 빗발치지 않았던가요.

 

박 후보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 보면 살짝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어릴적엔 거의 절대군주와 같은 아버지 밑에서 어려움 없이 커 왔겠지만, 곧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도하게 되고, 이후로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주변사람들을 경계해 왔겠지요. 험악한 정치판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은 계속 되어왔을 터, 즉 늘 자신의 안위를 위해 주변인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살아왔을 삶...

 

일반인과는 다른, 이런 특별한 삶을 살아온 탓인지 이젠 할머니 소리를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후덕한 나이가 되고 연륜이 쌓여 왔지만, 어째 그녀의 얼굴엔 밝은 면보단 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려 하는 분께 국모상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나이에 걸맞는 인자함과 자비로움이 어린, 푸근한 인상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만에 하나 박 후보의 이번 사과가 진정성 없이 단지 대통령 만들기 가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지지율과 표를 의식한 행동이었다면, 즉 정치적 쇼 내지 퍼포먼스였다면, 불완전한 연출 때문에 자칫 자충수가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사과가 시기적으로 늦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겉으론 웃는 얼굴로 생글거리고 있지만, 이면으로는 독기 어린 얼굴을 감추고 있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양면성의 본질을 간파해내지 못할 국민이 과연 있을까 싶네요.

 

그래서 이번 사과가 애초 정치적 쇼로서의 연출이 주 목적인 것이었다면, 이왕지사 좀 더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즉 앞에서도 언급한 프롬프터만 그냥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닌, 대사 없는 애드립으로 무언가 진심 어린 호소를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겉모습과 달리 추호도 그럴 생각 없는 가짜 사과였다면, 애드립으로 자칫 자신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진짜 생각이 불쑥 튀어나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박 후보가 혹여 이런 일이 걱정되어 단순히 프롬프터만을 읽었다곤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끝으로 트위터에서 회자되고 있는 트윗 하나를 카피해 놓으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오늘의 박근혜 과거사 사과, 8자로 '진심은 아니었지만', 7자로 '날아간 표 돌려줘', 6자로 '아빠 때문이야', 5자로 '민혁아 미안', 4자로 '이제 됐지?', 3자로 '했거든', 2자로 '믿니?', 1자로 '모?' 여기에 덧붙여 2자로 '됐니?'가 더 적합하다는 리트윗도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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