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우려와 가능성이 교차하는 영웅 시리즈물 '저스티스 리그'

새 날 2017. 11. 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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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사라진 뒤 지구는 또 다른 위협과 맞닥뜨리고 있었다. 암울한 외계의 기운이 전 지구를 뒤덮은 것이다. 세 곳에 분리된 채 철통 보안 속에 보관되고 있던 괴력의 물체 마더박스를 차지하기 위한 빌런 스테픈울프(시아란 힌즈)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지구를 공습하고 나섰다. 스테픈울프가 지구에 뻗친 악의 기운으로 인해 인류는 또 다시 외계의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공격력이 예상치 않음을 직감한 배트맨(벤 애플렉)과 원더우먼(갤가돗)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히어로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사이보그(레이 피셔), 플래시(에즈라 밀러) 등에게 접근,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선다. 슈퍼맨(헨리 카빌)을 필두로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 이들 히어로로 이뤄진 군단은 마침내 하나가 되어 스테픈울프에 맞서 싸우는데...



괴력을 갖춘 외계 빌런의 공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히어로들이 대거 뭉쳤다. 이러한 설정은 어쩔 수 없이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은 각기 보유한 필살기를 활용, 그들만의 고유한 전투 방식과 힘으로, 때로는 협업을 통해 적들과 맞서 싸운다. 슈퍼맨의 빈 자리는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번갈아 가며 메우지만, 스테픈울프의 등장 이후 역부족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고심 끝에 새로운 히어로의 영입을 결정 지은 배트맨과 원더우먼은 그들과 차례로 접촉을 시도한다. 배트맨과 원더우먼이 선보이는 액션은 너무도 완벽하고 화려하지만 익히 봐온 터라 사실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관객들이 집중적으로 눈여겨 보게 되는 히어로는 이번에 새롭게 투입된 아쿠아맨, 사이보그, 플래시 이들 셋이다. 



반은 인간, 반은 신의 존재인 아쿠아맨은 근육질의 커다란 덩치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바닷속을 헤집고 다니는 특이한 모습만으로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의 히어로물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역의 영웅이라 이번 회차뿐 아니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캐릭터다. 움직임이 번개 같아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히어로 플래시는 촐싹 캐릭터에 걸맞게 관람 내내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해준다. 


다만 온몸을 다쳐 죽음의 고비 앞에서 기계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그 이후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능에 의해 갈수록 진화하면서 점차 완전체로 변모해가는 또 다른 영웅 사이보그는 앞서 설명한 두 캐릭터에 비해 그다지 커다란 감흥으로 다가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는 이런 류의 캐릭터를 우리 편 남의 편 할 것 없이 수도 없이 접해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무려 3300억 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소식이다. 전반적인 만듦새를 보아하니 실제로 그 정도의 비용이 수긍이 갈 만큼 엄청난 물량 공세인 것만은 틀림없다. 화려한 액션과 새로운 히어로들의 대거 등장으로 적어도 볼거리만큼은 만족시켜준다. 특히 히어로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원더우먼으로 출연한 갤가돗의 매력은 여전하다. 


그녀의 타고난 피지컬은 그 존재만으로도 무한 매력을 뿜어낸다. 여기에 멋진 액션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관객의 관심이 쏠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아마존에서 보관돼오던 마더박스를 빼앗기 위해 스테픈울프와 사투를 벌이는 여성 전사들의 전투 장면과 아쿠아맨이 바닷속에서 펼치는 액션 신은 이번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그러나 이 영화가 북미에서는 혹평 세례를 받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17일 공개된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에서 '저스티스 리그'는 38%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흥행에 참패한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7%), ‘수어사이드 스쿼드’(26%) 보다는 높은 수치이기는 하나 '원더우먼'(92%)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처진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걸까? 다양한 캐릭터의 영웅들이 선보이는 액션은 분명히 화려하고, 새로운 영웅의 출현 등 볼거리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점은 경쟁작인 '어벤져스' 시리즈와 견주더라도 치명적인 약점이다. DC의 작품뿐 아니라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물 등을 통해 이미 영웅물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높이가 단순히 화려한 액션만으로 이를 만족시키기엔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 아닐까 싶다. 



게다가 저스티스 리그의 최대 문제점은 캐릭터 간 힘의 균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사실이다. 힘을 고르게 분배해야 각기 영웅들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슈퍼맨이 지닌 능력만으로도 사실 스테픈울프 정도의 빌런은 쉽게 해치울 수 있을 만큼 다른 캐릭터와의 균형에 심각한 문제점이 엿보인다. 당장 관객들은 슈퍼맨 하나만으로 될 것을 왜 힘들게 다른 히어로들을 고생시키느냐며 볼멘소리를 쏟아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시리즈는 이번 회차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성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작품속 원더우먼이 짓고 있던 미소가 여전히 아름다운 이상, 아울러 플래시가 슈퍼맨과 맞선 상황에서 번개처럼 시간속을 휘젓는 찰나 그의 눈이 슈퍼맨의 날카로운 눈매와 마주치는 섬찟하면서도 코믹한 신을 만들어낼 줄 아는 신선한 감각이 살아있는 이상 말이다.



감독  잭 스나이더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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