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MB에게서 전두환의 결기가 느껴진다

새 날 2017. 11. 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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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국론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또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모든 분야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졌다는데 저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바레인으로의 출국에 앞서 현재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른바 '적페청산'과 관련하여 기자들 앞에 서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밝힌 입장 표명이다. 그는 비록 웃는 모습으로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섰지만, 흡사 노래 가사 한 꼭지마냥 속내는 결코 웃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아울러 최대한 정제시켜 표현한 듯한 낱말 하나 하나로부터는 일종의 결기마저 전해져 왔다. 그렇다. 다급함이었다. 그는 필시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그게 과연 무얼까?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배후이자 몸통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목되었고, 검찰 수사의 칼끝이 좁혀들어오며 점차 그를 향해 겨누자 다급함에 쫓기듯 반격에 나선 셈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입장 표명 하루 전날인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옛 청와대 참모진들과 함께 5시간에 걸쳐 관련 대책을 숙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을 기획하고 이를 지시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수감됐는데, 그는 검찰 조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이버사령부의 활동 내용을 보고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군이 자행한 정치 개입 공작의 최종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활동 역시 이 전 대통령이 그의 몸통으로, 정황상 핵심 측근인 국정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또한 관련 사항을 직접 지시했던 것으로 의심된다. 


ⓒ노컷뉴스


뿐만 아니다. 그들과 정치적 색채가 다르다는 이유로 정치인 및 학자들을 의도적으로 비방하고, 공영방송을 장악, 언론에 재갈을 물린 정황, 문화예술인들을 향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관리해온 정황 등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관여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의 조사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그 밖에 차명 소유 논란으로 불거진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다스(DAS)와 관련한 의혹도 사정 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검찰은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다스가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하는데 개입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을 규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 대통령의 직접 조사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MB는 일반인이 아닌 국가지도자 직무를 수행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현재 불거진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제대로 해명해야 함이 옳다. 이를 정치 보복이라며 국민들 앞에서 보란 듯이 결기를 드러내는 건 후안무치이자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법 앞에 그토록 떳떳하다면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서서 쓸 데 없는 오기를 부릴 게 아니라 스스로 무혐의임을 입증해 보이면 그만인 일이다. 법을 어겼다면 그게 누구이든 간에, 하물며 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처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할 테니 말이다. 


칼끝이 자신을 향해 겨눠오자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워 그로부터 모면하려 시도하고 지지자들의 세를 모으려는 그의 모습으로부터는 1995년 12월 2일 서울 연희동 자신의 자택 앞에서 핵심 측근들과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꼿꼿한 자세로 이른바 '골목길 성명'을 낭독하던 전두환의 그 결기가 어른거린다. 전두환은 다음날 결국 구속 수감되었다. 역사는 또 다시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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