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특성화고 학생들의 권리 주장을 환영한다

새 날 2017. 11. 11.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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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모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음료 제작회사에서 산업체 현장실습을 받던 도중 벨트에 목이 끼이는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지난 해에 발생한 구의역 사고, 그리고 올해 일어난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안타까운 죽음이 아직 뇌리에서 채 지워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빚어진 참극이다. 사람의 생명에 경중이 어디 있겠냐만, 이들의 사고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건 아직 학생 신분이자 미성년에 불과한 이들이 어른들의 방치 속에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취업률을 높이는 도구로 이용돼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습이라는 이름의 착취' 


이러한 끔찍한 표현이 왜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는지 우리는 이번 기회에 그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언론에 보도된 사실에 따르면 이번 사건 또한 현재 특성화고 출신 아이들에게 놓인 답답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학생들이 실습을 받고 있을 당시 이들을 관리해야 할 관리자는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들을 위험한 현장에 내보낸 뒤 작업을 시키면서도 정작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현장 관리자가 없었던 셈이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쯤되면 '사회적 타살'이라는 표현이 결코 틀리지 않다. 



올해 1월 콜센터 사건 이후 현장실습제도의 개선 내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로부터 비등했던 바 있고, 교육부가 그에 따른 개선책을 내놓았음에도 또 다시 같은 형태의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이다. 현장 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로 인한 사망 및 상해 사고는 지난 7년 동안 1년에 대략 한 번 꼴로 발생했다. 이는 취업률 제고에 눈이 먼 교육계와 아이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하는 산업계가 바람직한 형태의 취업도 이닌, 그렇다고 하여 필요한 교육도 아닌, 애매하기 짝이 없는 현장 실습 현장으로 아이들을 강제로 내몬 결과다. 


이런 가운데 11일 전국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학생, 그리고 현장실습생으로 구성된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가 서울 평화시장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우리는 특성화고 학생 출신이라는 이유로, 성별·나이·학력 차이를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하지 않아야 하며, 부당한 사회적 편견을 바꿀 권리가 있다”


편견으로 가득 들어찬 세상에 자신들의 권리를 떳떳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


이들은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평화시장은 47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장소이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혹사당하던 10대의 노동자들이 일하던 장소이며, 47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직업계고 학생들에 대한 차별과 무시, 청소년 노동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을 바꾸고 권리를 찾기 위한 첫 출발의 장소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법인 형태로 발전시켜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상담신고센터 운영과 현장실습 실태 조사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감은 더욱 커진다. 지독한 학벌주의 세상에서 또래의 다수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등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 소외 당하고 있는 이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의 사회적 약자다. 이들이 연대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노라며 세상 앞에 섰다.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라'며 각기 다른 이득을 좇느라 이들을 방치하는 사이 기특하게도 스스로 위험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나는 권리 주장에 나선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이들의 꿈틀거림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한편 교육부는 2018년부터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서 실시하는 현장실습제도를 대폭 개선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장학습에 대한 학생의 자율권이 확대되고, 따라서 필수로 돼 있던 해당 제도를 학생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실습 방식 선택도 가능해진다. 이 중 직무체험형 현장실습의 경우 기간은 1개월 내외로 이뤄지며, 취업과 연계하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취업은 3학년 겨울방학부터 인정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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