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음료 버스 반입 자제, 지나친 간섭일까?

새 날 2017. 11. 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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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4일부터 모든 시내버스 안에서 음료 반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방송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대구시의 경우는 그보다 앞서 비슷한 캠페인이 이미 실시되고 있습니다.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커피 등 내용물을 흘릴 여지가 있는 음료의 시내버스 반입을 금지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2년 전인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자체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버스에서의 음료 반입 자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일단 커피 등 음료 시장의 규모가 부쩍 커졌다는 사실이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버스는 전철과 달리 진동이 심한 편입니다. 특히 교통량과 도로 상황에 따라 출발 및 정지가 잦고, 그러다 보니 그에 따르는 충격이 승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곤 합니다. 운전기사가 아무리 조심스럽게 운전한다고 해도 차량과 도로의 특성상 이러한 현상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도로 위에서의 상황이기에 예측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는 돌발 사태도 곧잘 벌어지곤 합니다. 



이런 마당에 즉석에서 마실 수 있는 커피 등 음료가 담긴 컵을 들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불을 보듯 뻔한 노릇 아닐까요? 컵을 든 주체가 누구이든 제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돌발 상황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뜨거운 음료라면 주변 사람들이 자칫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불거질 수도 있고, 옷에 흘리거나 튀는 등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입힐 개연성도 아주 높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시의 조치에 대해 네티즌들은 현재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갈라진 채 갑론을박 중입니다. 대체로 찬성 쪽 의견이 많긴 합니다만, 간혹 개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격앙된 주장을 피력하는 이들도 더러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탑승하긴 해도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주의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며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음료를 마시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거늘 이를 제한하려는 건 과도한 규제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SBS


단순히 식음의 간섭 행위로만 바라본다면, 일견 그러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죽하면 이러한 영역까지 간섭하려들까 하는 생각에 미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해석해 보면 그만큼 차량에서의 음료 반입 피해로 인한 호소와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때와 장소를 가려 예의를 지켜야 하는, 에티켓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이 미치기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영화관에서는 냄새가 심한 음식물을 먹거나 유난히 소리를 내면서 섭취할 경우 민폐족으로 찍히기 십상이며, 주변 관객들의 지탄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어린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도록 방치,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늘자 그에 대응하기 위해 노키즈존이 등장했고, 동시에 맘충이라는 끔찍한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면서 논란으로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권리만을 내세울 경우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그리고 자주 봐 왔습니다. 가장 비근한 사례로는 유명 연예인 최시원 씨의 반려견 사건으로 불거진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의 갈등입니다. 평소 애견인들이 자신의 권리에 앞서 타인을 먼저 배려했더라면 지금처럼 극심한 성토와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을 줄로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배려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상대에 대한 존중 아닐까요? 버스에서 음료를 먹을 경우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개연성이 높습니다. 민폐를 일삼는 일부 계층을 향해 소수의 몰지각한 사람들만의 문제라며 이를 회피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겠습니다만, 언제나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곤 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자제를 당부하는 것일 뿐, 그러니까 권고에 지나지 않으며, 개인의 권리를 제재할 어떠한 법적 권한도 부여된 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바라며 벌이는, 일종의 캠페인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임산부가 언제든 와서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놓았으나 이를 일반인들이 독차지하면서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하자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물론 평소 타인을 잘 배려하고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노력해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엔 개인의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며, 심지어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자신의 권리만을 악착 같이 주장하고 이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더욱 심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권리란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하게 다가오는 법입니다. 다만 자신의 권리 이상으로 타인의 권리 역시 소중한 것이며 이를 존중하는 마음씀씀이가 특히 부족하게 와닿는 요즘입니다. 때문에 버스에서의 음료 반입을 자제해달라는 당부는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지나치게 간섭한다기 보다는 우리 주변을 좀 더 여유 있게 천천히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도 한 번쯤 생각해보라는 기회로 받아들임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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