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촛불의 갈등과 분열을 우려한다

새 날 2017. 10. 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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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태블릿으로부터 촉발된 국정농단사태의 비극(?)은 시민들이 저마다 자발적으로 손에 든 촛불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일상의 시민들을 도심의 광장으로 이끌었던 촛불이 어느덧 1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를 거쳐 헌재의 판결에 의해 결국 탄핵되어 현재 구속 수감된 채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국정농단사태의 몸통인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 역시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됐다. 


대통령의 탄핵과 동시에 18대 대선을 치른 우리 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을 새로운 국가 지도자로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대로 현재 적폐 청산이 진행되면서 과거 정권의 뻔뻔하고 추악한 민낯이 만천 하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와중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강요나 종용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촛불은 부정한 세력에게는 추상 같았고, 뜻을 모으면서 함께 불의에 맞섰던 서로 간에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평화롭고 질서정연했던, 언뜻 보아서는 흡사 축제 같기만 했던 촛불은 자연스럽게 정권 교체를 이루며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렇듯 놀라운 결과는 세계인들도 인정하고 있는 바다.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2017년 인권상을 대한민국의 촛불시민들에게 수상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당시 촛불 집회를 진두 지휘했던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시민의 공간이자 촛불의 성지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1주년 집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단다. 


그런데 지금 사회 일각에서는 미심쩍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촛불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닌 오롯이 시민 모두의 것인데, 특정 세력이 이의 성과를 훔쳐가려 한다면서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광화문광장 집회와는 별도의 집회를 같은 날, 같은 시각 여의도에서 전격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갈등이 불거진 건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집회 당일 청와대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였다. 


@연합뉴스


진짜 적폐는 야당이거늘, 정작 그들이 타깃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왜 청와대에 화살을 겨눠야 하는지 이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그들을 분열의 장으로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네티즌 등 일부 세력이 여의도에서 촛불 잔치를 개최하기로 한 건 그에 따르는 반발 심리와 함께 앞서의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물론 이들이 지금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일견 그럴 듯해보이나, 결국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할 테다. 진짜 속내는 이보다 조금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어쨌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매개로 이러한 사실이 널리 퍼나르기되면서 다수의 회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모든 정황을 놓고 볼 때 촛불 1주년은 애초 취지와는 달리 자칫 분열과 갈등의 장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촛불의 주인은 특정 세력이 아닌, 모든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은 촛불 1주년 집회를 개최하려는 양대 세력 모두 공감하는 바일 테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사사로이 얽힌 이권과 여러 이유 때문에 갈등과 반목, 분열을 꾀해서는 절대로 안 될 노릇이다. 


'적폐는 우측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좌측에도 존재한다'던 그들의 주장은 결코 틀리지 않다.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면 응당, 그리고 신속하게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 약간의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현 정부의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켜내려는 세력이 같은 축에 위치하지만 방향이 조금은 다른 세력의 현 정부 흠집내기를 방어하기 위한 요량으로 작금의 결과가 빚어진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던 건 오직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불의를 타파하고 사회가 좀 더 발전, 후세에는 지금보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 변모되기를 간절히 희망했기 때문일 테다. 적어도 지난해 광장을 환히 밝히던 촛불은 지금과 같은 갈등이나 서로가 편을 나눠 배척하는 일 따위는 일절 없었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어야 하듯 촛불 역시 시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촛불로 얻은 성과를 독식하거나 촛불 민심을 자신들의 잣대에 의해 멋대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작금의 분열과 갈등 양상은 안타깝게도 과거에 익히 봐왔던 악습을 빼닮고 있는 모양새다. 이전투구로 비칠 뿐이다. 지금 도려내야 할 적폐가 눈덩이처럼 쌓여 있다. 분열과 갈등은 적폐세력을 돕는 일일 뿐, 어느 누구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 난 촛불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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